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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사 후 잠적한 성범죄피해자 진술도 명확하면 신빙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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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사 후 잠적한 성범죄피해자 진술도 명확하면 신빙성 인정”

입력
2020.05.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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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성범죄 피해를 당한 외국인 여성이 강제추방 등을 우려해 경찰 조사 후 잠적한 경우, 피해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취지가 명확하다면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2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3월 불법체류 중인 태국 국적 여성 A씨에게 손님과의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A씨 지인의 신고로 곧장 체포됐고, A씨도 경찰 조사에서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문제는 A씨가 경찰조사 후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재판의 쟁점 또한 잠적한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야 할 지에 집중됐다. “성매매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펼친 이씨 측은 “피해자 소재불명으로 진술조서의 진정성립 및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진술 내용이나 조사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A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구체적인 경위와 정황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구태여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정확한 취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1ㆍ2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아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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