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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안부 피해자 ‘쉼터’엔 할머니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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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안부 피해자 ‘쉼터’엔 할머니들이 없었다

입력
2020.05.15 19:10
수정
2020.05.15 23:5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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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향 부친이 최근까지 주변에 상주하며 관리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4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대문 틈으로 보이는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4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대문 틈으로 보이는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영훈 기자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3년 구입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수년 전부터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도 없는 이 쉼터는 최근까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아버지가 주변에서 머물며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후 찾아간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집 안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문 옆에 부착돼 있는 전자식 전력량계의 눈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교외 지역이라 오후 7시가 지나자 쉼터 주변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주변 다른 집들에서는 전등불이 켜졌지만 오로지 쉼터에만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쉼터가 운영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쉼터가 생기기 전부터 인근에서 거주한 주민 김모씨는 “매년 여름에 하루 이틀 정도만 할머니 모습을 봤는데 작년에는 아예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마을 이장을 지낸 박모씨 역시 “할머니 없이 정대협 직원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달에 한 번 꼴로 오가는 것을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집 뒤편 컨테이너 박스에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아버지 윤모씨가 홀로 상주하며 쉼터를 관리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집 뒤편 컨테이너 박스에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아버지 윤모씨가 홀로 상주하며 쉼터를 관리했다. 김영훈 기자

사실상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는 쉼터이지만 최근까지 한 사람은 주변에 상주했다. 전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당선인 아버지 윤모씨였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생겼을 때부터 윤씨는 쉼터 뒤편 컨테이너 박스에서 머물며 쉼터 관리를 도맡았다. 주민 강모씨는 “윤씨가 쉼터 정원을 가꾸고 주변을 청소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면서 “가끔 쉼터에 없을 때면 수원에 있는 가족의 집에서 지낸다는 말을 듣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씨가 윤미향 당선인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우리 마을 주민들은 적잖이 놀랐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체결된 쉼터 매매계약 역시 윤씨의 주도로 이뤄졌다. 윤씨가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며 매매를 부탁했다. 당시 매매를 부탁 받은 김씨는 “윤씨가 찾아와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이젠 거동이 불편해 찾아오기도 힘들어 쉼터를 팔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최근 윤씨가 전화를 걸어 쉼터가 팔렸으니 더 이상 안 알아봐도 된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처음 쉼터를 짓고 이를 정대협에게 매도한 또 다른 김모씨에게도 윤씨의 연락이 왔었다. 김씨는 “관리인으로 알고 있던 윤씨가 전화를 해서 사장님이 지어주셨으니까 살 분이 있으면 소개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당시에 낮은 가격에라도 살 사람이 있으면 연결을 부탁해서 급히 처분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진 뒤에도 윤씨는 꾸준히 쉼터를 찾아오곤 했다. 한 주민은 “지난 13일에 윤씨가 쉼터 주변 밭에서 밭일을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미향 당선인의 아버지인 윤씨가 정대협 관계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쉼터 관리를 맡은 사실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쉼터 관리를 왜 아버지에게 맡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지금까지 아버지가 관리를 맡으면서 일감을 받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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