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1,000만명 조사
고혈압을 오래 앓을수록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 리듬이 깨지면서 가늘게 떠는 부정맥 질환의 하나로 혈전으로 인해 뇌졸중과 심장마비가 생길 위험이 높다.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2009~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검진 수검자 가운데 1,000만명의 혈압과 체중을 단계별로 구분해 심방세동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에서다.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Hypertesnion’) 최근호에 게재됐고 ‘최고의 논문(High Impact Paper)’에 선정됐다.
고혈압과 비만이 심방세동의 주요 유발 인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고혈압을 약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해도 고혈압이 생긴 기간이 오래될수록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규명됐다.
최 교수팀의 연구 결과,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5년 이상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가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비만까지 생기면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졌다.
혈압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40/80~90㎜Hg), 그리고 고혈압이지만 약을 먹지 않는 사람, 고혈압 약을 5년 미만으로 먹고 있는 사람, 고혈압 약을 5년 이상 먹고 있는 사람 등 5단계로 나눴다.
비만도는 허리둘레는 남자 85㎝, 여자 80㎝를 기준으로 5㎝ 간격으로 구분하고, 체질량지수(BMI)는 저체중(18.5 미만), 정상(18.5~23), 비만 전단계(23~25), 1단계 비만(25~30), 고도비만 이상(30 이상)으로 분류해 비교했다.
그 결과, 고혈압 유병 기간이 길수록 심방세동 발생률이 높아졌다. 예컨대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심방세동이 생길 확률이 1.14배, 고혈압이지만 약을 먹지 않는 사람에서는 1.39배, 고혈압 약을 5년 미만으로 먹고 있는 사람은 1.19배였다. 특히 고혈압 약을 5년 이상 먹고 있는 사람에게는 2.34배나 심방세동 위험이 높았다.
연구팀은 또한 고혈압과 비만이 상승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체중과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비만을 동반하면서 고혈압 약을 5년 이상 먹고 있는 사람에선 심방세동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허리둘레 기준으로는 3.11배, BMI 기준으론 3.36배다.
최 교수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확실한 예방법이 없기에 정확한 검사로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혈압을 오래 앓는 사람은 특히 심방세동 위험이 높기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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