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비즈니스 행사 의존 탈피…코로나 이후 사업전략 바꾸는 호텔업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가 앞다퉈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미팅 수요에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구조를 내국인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유례 없는 위기에 처한 호텔업계에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도심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들은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의 생활 패턴 변화를 반영한 아이디어 패키지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개인 생활에 초점을 맞춘 ‘티빙 올데이’ 패키지를 지난 8일 출시했다. 이용 고객은 65인치 대형 스마트TV와 사운드 바, 모션베드가 갖춰진 전용 객실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티빙이 제공하는 영화와 다양한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최신 트렌드인 ‘스트리밍 라이프’를 즐기는 젊은 고객들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음악을 내려받지 않고 재생하는 것처럼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는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롯데시티호텔은 직장인들의 ‘셀프 격리’ 공간으로 변모했다. 일반적인 투숙 패턴과 달리 새벽 5시에 체크인해 다음날 오전 9시에 체크아웃하는 ‘워캉스’ 패키지는 1박인데도 총 투숙 시간이 28시간이고 조식도 2회 제공된다. 워캉스는 일(Work)과 휴식(Vacance)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뜻의 신조어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안하거나 가족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려는 직장인들은 워캉스 패키지로 퇴근 후 마음 편하게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비즈니스 호텔들의 마케팅이 기존에는 출장이나 회의, 행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개별 직장인의 삶의 패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신혼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늘고 있는 것도 업계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5년만에 신혼여행 패키지를 선보였다. 하늘길이 막혀 국내 고급 호텔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하는 커플들을 겨냥한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신혼여행을 국내 호텔로 온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제주신라호텔은 최근 전체 객실 예약 문의 중 약 20%가 허니문 관련”이라며 “호텔 입장에선 신혼부부가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국내 주요 호텔들의 내국인과 외국인 매출 비중은 대략 50대 50이었다. 객실과 부대시설 매출 비중도 반반이거나 60대 40 정도였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출장 직장인, 비즈니스 행사나 회의 등이 호텔 매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국인이 급감하고 행사도 자취를 감추면서 호텔들은 매출 구조를 바꿔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 내몰렸다. 이 같은 절박함에 호텔들은 내국인 직장인과 신혼부부, 가족 단위 투숙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국내 최대 관광지인 제주와 부산에 아예 새로운 호텔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중문단지 ‘그랜드 조선 제주’와 해운대 ‘그랜도 조선 부산’이 각각 오는 12월과 8월 문을 열 예정이다. 두 호텔이 공통적으로 힘을 준 차별화 전략은 ‘어린이 경험’이다. 한 층 전체를 어린이가 있는 가족 전용으로 두고, 특화한 테마의 어린이 공간과 혜택을 강화한 가족형 객실을 마련한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다른 유통 분야와 달리 호텔은 객단가가 높아 장기적인 측면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신규 호텔을 찾는 가족 단위 고객들은 내·외부에서 모두 여유로움과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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