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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안부 쉼터 구입 3년 만에 매물로... 정대협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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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안부 쉼터 구입 3년 만에 매물로... 정대협 '수수께끼'

입력
2020.05.16 01:00
수정
2020.05.16 13: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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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부금 10억 중 7억5000만원에 구입, 3년 후 매각 결정

지난달 말 ‘구입가 60%’ 헐값 매각… 정대협 “공동모금회와 협의”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안성시 금광면에 자리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대문이 14일 굳게 잠겨 있다. 이 쉼터는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일반인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안성시 금광면에 자리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대문이 14일 굳게 잠겨 있다. 이 쉼터는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일반인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훈 기자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3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신다며 구입한 ‘쉼터’를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대협은 쉼터의 쓸모가 크지 않다며 설립 3년 만인 2016년 쉼터를 매물로 내놓았다가 지난달 매매계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가격은 구입가격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정대협은 지난달 말 경기 안성시 금광면에 자리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쉼터는 정대협이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이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공동모금회’를 통해 건넨 10억원으로 구입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정대협은 2013년 9월 해당 부동산을 7억5,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기재돼 있다. 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6년 8개월 만에 쉼터를 처분한 것이다.

인근 주민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쉼터 매각은 2016년 하반기부터 추진됐다. 정대협이 쉼터를 운영한 지 3년이 갓 넘은 시점이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6년 당시 정대협, 현대중공업, 공동모금회 3자가 모여 쉼터를 매각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정대협 관계자는 “기부금이 들어간 공익목적 사업 시설물은 기부자 동의를 얻으면 처분할 수 있다”면서 “매각 대금은 기부자에 반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정상 절차에 따른 매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 기부금으로 마련한 쉼터를 3년 만에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졸속 운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속속 타계하면서 쉼터를 이용할 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로 경기 광주시에서 ‘나눔의 집’이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쉼터를 마련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전날 쉼터 매각과 관련한 본보 질의에 “부동산 매각을 알려주지 않아 모르고 있었고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사업부서에 확인해보니 매각 관련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렇게 사업을 빨리 청산하는 게 일반적인 건 아니다”라고 다시 밝혀왔다.

일각에서는 쉼터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쉼터는 애초 매입가격보다 3억원 정도 낮은 4억2,000만~4억5,000만원에 팔렸다. 반면 경기도가 산정해 공시한 쉼터의 개별단독주택공시가격은 정대협이 매입한 2013년 1억5,200만원에서 올해 1월 기준 1억7,600만원으로 2,400만원이 상승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3년 전 6억5,000만원 선에 내놨는데 팔리지 않아서 계속 가격이 내려갔다”며 “헐값에 팔린 것”이라고 했다.

정대협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쉼터는 2016년부터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쉼터가 운영을 안 한 지 몇 년 됐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쉼터는 정대협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아버지가 관리해왔다.

정대협은 안성 쉼터와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우리집’ 등 두 개의 할머니 복지 시설을 운영하면서 연간 5,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4년 7,388만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5,526만원, 4,687만원, 4,065만원씩 4년간 총 2억1,666만원이 들어갔다. 2016년 안성 쉼터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도 예산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정대협은 쉼터 매각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내부논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익법인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매도ㆍ증여ㆍ임대ㆍ교환할 경우 총회 또는 이사회 회의록 사본, 처분대금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서류 등을 주무관청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대협은 쉼터 매각 결정과 관련한 총회 또는 이사회 개최 여부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오후 정의기억연대가 언론에 ‘설명자료’를 배포해 “쉼터 매각 필요성이 2, 3년 전부터 제기돼 내부 논의를 꾸준히 진행했고, 적합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현재 매매계약 체결단계에 있다”면서 “공동모금회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또 논란이 불거진 재무재표상 2018년과 지난해 수요시위 사업비용 차이에 대해선 “수요시위는 연초에 1년 사업 비용(무대ㆍ음향)이 집행되는데, 2018년엔 정대협이 집행해서 발생한 차액”이라고 설명했다. 공시한 운영성과표에서 국가보조금이 누락된 것과 관련해서는 “최종 사업비용을 수익과 비용으로 작성해 처리하고, 여성가족부 보조금 사업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한 뒤 외부 회계감사를 거쳐 여가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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