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ㆍ도청 앞 회화나무 그려 엽서로 제작… 국내외에 알려
‘임을 위한 행진곡’ 연주하는 오르골ㆍ연대의 주먹밥 등 아이디어
5ㆍ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고 세계에 알리려는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음식과 그림엽서, 오르골 등을 활용해 ‘오월 이야기’를 기발하게 전하고 있다.
△“안부엽서로 5월 그날을 기억해요”
‘오월안부프로젝트’ 김지현(36) 대표는 광주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5ㆍ18민주광장과 시민들 등 5월의 역사 현장을 그림과 사진으로 담아 ‘오월안부엽서’를 제작해 5월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나 5ㆍ18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전일빌딩과 금남로 등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건물과 거리에서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했다.
김씨는 “도청 앞 회화나무, 5ㆍ18광장의 상무관, 전일빌딩, 금남로 등이 당시 현장이자 증인이며 목격자라는 생각에서 그림엽서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소가 가진 역사성이나 공간이 가진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엽서를 택한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해 엽서 시리즈를 만들고 옛 전남도청 별관 등 5ㆍ18 관련 공간과 동네책방, 광주극장, 카페 등 20여곳에 엽서와 오월우체통을 설치했다. 누구나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으면 수신자에게 발송된다.
2017년 처음으로 윤연우 작가와 도청 앞 ‘회화나무’가 그려진 엽서를 제작했다. 전남도청 복원과 5ㆍ18민주광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시작한 엽서 시리즈가 올해 4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5ㆍ18민주광장과 시민들’까지 8종에 이른다. 지난 3년간 광주에서 쓴 1만2,000여통의 엽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보내졌다.
하지만 주소 없이 ‘5월 영령’ 등으로 표기해 ‘부치지 못한 엽서’도 500여장이나 쌓였다. 이중 40장을 엄선해 5ㆍ18 40주년 기념으로 5월을 기억하고 싶은 목소리 기부자들을 통해 내용을 담은 작업을 마쳤다. 현재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24일까지 열리고 있는 ‘오월미술제’에서 ‘부치지 못한 엽서’를 담은 소책자와 엽서 사연을 여러 사람의 음성으로 만날 수 있다.
김씨는 “오월안부프로젝트는 ‘당신의 오늘과 오월의 그날’을 잇기 위한 것”이라며 “80년 그날의 광주를 기억하고 지금의 안부를 물으며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 주먹밥에 담았어요”
광주 1호 주먹밥 전문점 ‘밥콘서트’를 연 권영덕(30) 대표는 “주먹밥은 ‘광주정신’을 담은 특별한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주먹밥은 1980년 5ㆍ18 당시 광주 대표 전통시장인 양동시장과 동네 부녀자들이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눠주던 음식이다. 버스와 트럭에 타고 다니며 시위를 하는 학생들과 시민군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나눔과 연대의 광주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권씨가 개발한 대표 음식은 ‘5ㆍ18세트 메뉴’다. 5ㆍ18민주화운동에서 착안한 이름의 5,180원짜리다. 주먹밥 두 알과 광주 대표 음식인 상추튀김, 멸치국수와 떡볶이가 함께 제공된다.
그는 “주먹밥이 그날을 기억하고 5월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대표 음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의 오월 오르골’로 듣는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의 오월 오르골’ 박은현(29) 대표는 5ㆍ18을 친숙하게 알리기 위한 고민 끝에 5월 광주의 대표 음악인 ‘임을 위한 행진곡’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오르골을 제작했다.
‘광주의 오월 오르골(May of Gwangju)’은 △옛 전남도청 △도청 앞 분수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택시 기사들 △어둠을 이기는 ‘촛불의 힘’ 등 6개 5ㆍ18상징물을 담아 제작했다.
작은 상자 크기의 상징물에 태엽이 장착된 오르골을 조립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박씨는 “광주의 오월 오르골이 누구나 무겁거나 슬프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부드러운 방법으로 5ㆍ18에 대해 알아 가고 기억하는 도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월 식탁’ ‘오월잇다’ ‘다시, 광주’ 활동도 눈길
이 밖에도 광주 청년들의 5ㆍ18프로젝트는 다양하다. ‘오월 식탁’은 음식과 요리를 통해 일상에서 ‘밥 먹듯’ 오월 광주를 기억하자는 기획이다. ‘먹방’과 ‘쿡방’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유튜브 영상을 통해 80년 당시 음식을 나누며 연대했던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요리 과정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5ㆍ18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5ㆍ18 청춘서포터즈 ‘오월 잇다’는 고교생과 대학생 100여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과 5ㆍ18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모였다. 최근 5ㆍ18 가짜뉴스나 왜곡ㆍ폄훼하는 기사에 맞서 유튜브 채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실을 알리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다시, 광주’는 광주지역 극단들이 공연한 ‘오월극’을 모아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한다. 지난해 4월부터 5ㆍ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오월극’을 기록한 아카이브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오월, 광주에서 보내는 안부엽서’, ‘광주의 오월 오르골’, ‘오월식탁’ ‘극으로 만나는 5ㆍ18’ 등 4개 작품은 18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서울기록원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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