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있는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내에 있는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 동상이 철거된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각계 각층의 여론을 듣고, 내부 회의 등을 거친 결과 청남대 내에 설치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키로 결정했다.
이들의 이름을 따 조성된 대통령 길도 폐지한다. 청남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품과 사진 등 역사 기록화도 전시하지 않는다.
이런 결정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호ㆍ경비를 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혜택이 박탈되는데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여기에 해당돼서다.
앞서 충북지역 17개 단체가 참여한 충북 5ㆍ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13일 도청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남대에 설치된 이들의 동상을 철거하고, 이름이 붙은 대통령 길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전두환ㆍ노태우 신군부는 1980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탱크와 총칼로 살육하고 정권을 탈취한 군사 반란자로, 이들의 동상을 세우고 대통령 길을 만든 것은 몰지각한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기자회견 후 이시종 충북지사를 찾아가 철거를 요구했다. 당시 이 지사는 당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동상 철거와 대통령 길 폐지 방침을 정했지만, 위원회 등의 요구대로 오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 이전에는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으로 1~2달 정도 도민 여론 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뒤 철거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다.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만들어진 이후 역대 대통령의 휴양지로 이용됐다. 그러다 20년 만인 2003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도로 관리권을 넘겨 민간에 개방됐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의 동상과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길을 6개 구간에 조성했다.
청남대는 개방 이후 14년여 만에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