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열어
과거사법 등 민생법안 처리 합의…
원 구성은 언급 안하고 탐색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 만났다. 이달 나란히 취임한 두 사람의 첫 번째 공식 회동이었다. 두 사람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미래가 걸린 ‘일전’을 앞두고 있다. ‘21대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문재인 정부의 최종 성적표와 2022년 대선 향배를 상당 부분 가를 것이다.
회동은 화기애애한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금세 날카로워졌다. 견제구를 품은 주 원내대표는 뼈 있는 말로 미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성과 내기’에 마음이 급한 ‘177석 슈퍼 여당’과 만만하게 기선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84석 보수 야당’의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첫 회동에서부터 빈손으로 돌아서진 않았다. 이달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배ㆍ보상을 위한 과거사법도 일단 처리 대상에 올렸다. 통합당이 과거사법에 내심 반대하는 만큼, 합의 가능한 수위의 법안 도출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데 원론적으로 뜻을 모았다. 핵심 의제인 21대 국회 원구성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당분간 탐색전을 벌이겠다는 뜻인 듯하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장소인 민주당 원내대표실 문 밖에서 주 원내대표를 맞이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주 원내대표님께선 매우 논리적이시고 유연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또 함께 협의해가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기대하는 그런 국회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리당략에 구애 받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평가를 받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화답한 뒤 이내 ‘칼’을 꺼냈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신속 조치가 필요한 걸 알지만, 신속에 쫓겨 너무 급하게 하다 보면 졸속이 될 수 있다”며 “졸속 아닌 정속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고 말했다. 시종 ‘성과와 속도’를 강조한 김 원내대표의 ‘일하는 국회론’에 슬며시 제동을 건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도 견제구를 날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만나 “헌법 원리상 삼권은 분립되고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개념이 주요 임무”라고 했다. 민주당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주 대표는 “아무리 민주당이 최다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국회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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