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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잇단 무장 테러… 흔들리는 ‘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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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잇단 무장 테러… 흔들리는 ‘평화협정’

입력
2020.05.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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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병원 공격 24명 사망… 동부서도 자살폭탄 테러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전날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산모들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전날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산모들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신생아와 산모 등이 숨진 아프가니스탄 카불 병원 테러 희생자 수가 24명으로 늘었다. 지난 2월 미국과 무장단체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아프간의 비극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보건부는 전날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지원하는 카불 다시트 에 바르치 병원에서 발생한 무장 괴한 공격으로 2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테러 당일에는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부상자 일부가 숨지면서 희생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전날 오전 10시쯤 3명 이상의 무장 괴한들이 이 병원 산부인과에 진입해 수류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다. 탈출에 성공한 의사는 “당시 직원과 환자, 보호자 등 140여명이 병원 안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출동한 아프간 보안군이 4시간 가량 교전을 벌여 괴한을 사살했지만 이미 신생아 2명과 산모, 간호사 등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뒤였다. “무사히 구조돼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신생아 19명도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신세가 됐다”고 BBC는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12일 주민들이 장례식장 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남성을 병원에 옮기고 있다. 잘랄라바드=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12일 주민들이 장례식장 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남성을 병원에 옮기고 있다. 잘랄라바드=EPA 연합뉴스

같은 날 아프간 낭가르하르 동부 지역 장례식장에서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32명이 숨지고 133명이 다쳤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2일 하루 동안에만 아프간에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 테러의 경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산부인과 공격의 주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미국이 추진해온 아프간 평화 구축 노력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당장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등 반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공격을 목격했다”며 “모든 치안 병력에 방어 태세를 끝내고 적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산부인과ㆍ장례식장 테러의 잔혹성에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 엠네스티는 “아프간에서 비인도적인 전쟁범죄가 발생했다”며 “아프간 시민들이 마주한 참상을 세계가 알아야 하고, 중대 범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두 끔찍한 테러를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도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군이 이번 테러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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