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안방극장 웃음을 책임졌던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가 폐지 논란 끝에 잠정 휴식기에 돌입한다. 공개 코미디 형식이 낡았다는 지적,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상징이란 점에서 팬들은 벌써 ‘개콘 폐지 반대’를 외치고 있다.
KBS는 14일 ‘개콘’이 잠정 휴식기에 돌입하고, 방송 재개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로 인해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KBS 관계자는 “마지막 방송 편성은 협의 중”이라며 “향후 ‘개콘 시즌2’로 갈지, 아예 새로운 형태의 개그 프로를 별도로 만들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개콘’의 완전 폐지로 볼 수 있는지는 향후 프로그램 전체 재편 때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된 ‘개콘’은 국내 최장수이자, 현재 지상파 유일 코미디 프로다. 지난해 5월 1,000회를 기념하기도 했다. ‘개콘’은 그간 수많은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이자 스타 배출의 통로였다. ‘봉숭아 학당’ ‘달인’ ‘대화가 필요해’ 등 인기 코너들은 숱한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일상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제작환경이 보수적인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프로 특성상 개그 소재와 표현의 제약은 ‘개콘’의 한계로 지목돼 왔다. 온라인에선 시청자 입맛에 맞는 자유분방한 콘텐츠들이 대거 공급되고 있는데, ‘개콘’은 시청자들의 변화한 입맛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주로 TV를 통해 영상물을 시청했던 과거와 달리 모바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태 변화도 ‘개콘’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 30%대를 기록했던 ‘개콘’ 시청률은 2.5%(8일 방송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개콘’은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진행방식을 변경하는 등 파격적인 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방송일도 종전 일요일 저녁에서 토요일, 금요일 순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KBS 측 공식 발표 이전부터 프로 폐지 소문을 돌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콘’ 시청자 게시판엔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웃을 일도 없는데 폐지를 반대한다” “지상파 유일 개그 프로가 미래 예능인을 육성하고 시대를 풍미하는 콩트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다. 개그계의 대선배인 이용식도 SNS를 통해 “’웃찾사’(2017년 폐지된 SBS 코미디 프로) 때처럼 다시 피켓을 들어야 하나. 절대 안 된다”며 ‘개콘’ 폐지를 반대했다.
프로가 사라진 만큼 개콘 출연 개그맨들은 당분간 KBS의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코미디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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