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코로나19 이후 세계 첫 티오프… 배선우ㆍ김자영ㆍ현세린 1R 공동선두

“그 동안 뭘 위해 연습하나 싶었는데,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한 배선우(26ㆍ다이와랜드 그룹)는 14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ㆍ6,540야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날 5언더파 67타를 기록, 김자영(29ㆍSK네트웍스) 현세린(19ㆍ대방건설)과 공동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친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각오하고 국내 무대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데 대한 안도와 고마움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단됐던 프로골프가 국내에서 재개됐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2020 시즌 문을 연 뒤 멈춰 섰던 KLPGA 투어가 역대 최다인 30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재개하자, 세계 골프 팬들의 시선이 한국을 향했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9개국에서 중계된 이번 대회엔 박성현(27ㆍ솔레어) 김세영(27ㆍ미래에셋) 이정은(24ㆍ대방건설)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위 랭커들의 경기력 만큼이나 대회장 방역 시스템과 무관중 경기 분위기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AP, AFP, 로이터는 물론 후지TV, 골프다이제스트 등 국내외 91개 매체가 취재 경쟁에 나섰다.


선수들은 연습부터 실전까지 이전과 다른 골프 환경에 놓였다. 누군가와 마주하지 않은 채 홀로 식사하고, 연습도 혼자 했다. 대회장에선 선수 소개가 울려 퍼져도 박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버디를 따내도 함성 없이 캐디와 ‘주먹 하이파이브’로 자축할 뿐이다. 취재진도 대회장에 들어설 때마다 하루에 몇 번이고 체온을 측정해야 했고, 인터뷰 때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1m 이상 거리를 두고 대화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만난 배선우는 “아침식사를 할 땐 (일렬로 늘어선 식탁 때문에)맨 앞에 선생님만 서 있었으면 학교 같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무언가를 건드리기만 해도 손 소독을 하는 분위기고, 선수들간엔 거리를 두고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는 편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회를 막상 시작하니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선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한국이 더 안전할 거란 생각에 귀국했다”며 “2주간의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지 오늘로 딱 6일째라 샷 감각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성적을 내 다행”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로 긴장감은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돌아온 김효주(25ㆍ롯데)는 “관중이 없는 건 선수들에게 굉장히 낯선 환경이었다”면서 “연습라운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 철저한 방역시스템에 대해 “한국에서 국가적으로나 국민적으로 워낙 방역을 잘하다 보니 (대회가)진행된 것 같다”며 “한국이니까 가능한 게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오지현(24ㆍKB금융그룹)은 “전 세계가 KLPGA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양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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