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맘’ 카페 회원들, 14일 서울의료원 의료진 격려방문
김밥ㆍ쿠키ㆍ컵과일 등 직접 만들고 포장한 ‘간식’ 의료진에 전달
음식재료ㆍ물품 지역상품권으로 구입… “국민 돌봐줘 감사”
14일 서울의료원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서울의료원이 소재한 서울 중랑구 주민들로 구성된 온라인 맘(mom)카페인 ‘중랑맘’ 회원들이 손수 만든 김밥과 수제쿠키, 컵 과일 등을 가득 싣고 찾아온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에 지쳐있던 의료진은 위문품과 함께 전달된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등 아이들이 꼭꼭 눌러쓴 손편지에 환하게 웃었다.
중랑맘 회원들의 이날 위문 방문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착안됐다. 지난달 25일 방송인 유재석, 박명수씨가 서울의료원 의료진에 치킨 50마리를 전달한 모습을 보고 한 회원이 “우리 지역에 살지 않는 연예인도 서울의료원 의료진을 응원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글을 올리면서다. 이에 회원들이 호응하면서 위문 준비가 시작됐다. 회원수 1만8,000명에 달하는 중랑맘 카페 매니저 김애랑(38)씨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응원 글을 보내줬다”며 “의료진이 우리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랑맘들은 사전에 의료원을 통해 의료진이 가장 받고 싶은 물품이 무엇인지를 조사하는 등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했다. 매니저 김씨는 “의료원을 통해 알아보니 의료진들이 간식을 가장 받고 싶어 하신다는 소식에 메뉴로 김밥, 쿠키, 닭강정, 컵 과일, 파우치커피 등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왕 준비하는 것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모아져 중랑맘들은 김밥과 쿠키, 컵 과일 등을 손수 만들었다. 간식에 들어간 모든 재료는 ‘중랑사랑상품권’을 통해 구입했다. 신종 코로나로 시름하는 지역 상인들도 도우면서 지역 의료인들을 격려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중랑맘들은 13일부터 이틀 동안 김밥 200줄, 수제 쿠키 200개, 컵 과일 130개를 만들고 포장했다. 간식 준비에는 회원 10명이 참여했고,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4명, 6명으로 나눠 준비하는 ‘거리두기’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직접 음식 장만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보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200만원에 달했고, 이를 역시 중랑사랑상품권으로 바꿔 파우치커피 1,000개, 이온음료 500개, 볶음김치캔 200개, 닭강정 100개 등을 구입해 의료진에 전달했다. 수제쿠키와 컵과일 등 간식 하나하나엔 의료진에 힘이 되는 응원글을 달았고, 자녀들이 고마움을 담아 적은 손편지도 전달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의료원 4층 옥상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중랑맘 회원 대표로 참석한 이은희(40)씨는 “세 아이가 1월부터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답답해 하는 등 너무 힘들었지만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은 더 힘들 것 같았다”며 “의료진의 헌신으로 우리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고 반가운 방문에 의료진들도 힘이 나는 듯 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서울의료원이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이라 (감염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이 불안해 하실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며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의료진도 낙담하고 힘이 빠졌는데 이렇게 지역주민들께서 직접 의료원을 찾아 격려해주시니 힘이 난다”고 반색했다. 표창해 서울의료원장 직무대행도 “최근 네덜란드 대사관으로부터 튤립 꽃다발 1,000개를 받는 응원도 고마웠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의료원을 방문해 손수 만드신 음식과 물품을 전달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며 “국민은 물론 지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서울의료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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