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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에 법률자문 비용 처리 내역까지 제출 요구

입력
2020.05.18 04: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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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감독” “상시 감독 명분” 논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최근 시중은행 감독 명목으로 과도한 자료제출을 요구해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률자문 비용 처리 내역까지 요구하는 것은 은행 감독 업무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3월 중순 시중은행에 △2017년 이후 법무법인에 대한 법률자문 의뢰내용 및 지급비용 △임직원 소송비용 지원 현황에 관한 상제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상시 감독 차원에서 개별은행들의 법률자문 법무법인 선정 절차와 임직원소송지원 절차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게 자료제출요구의 명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자문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들은 “‘절차’를 보겠다면서 ‘비용’까지 적어내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법률자문 내역을 요청한 적은 있어도 관련 지급비용과 임직원에 대한 소송비용 지원현황까지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임직원에 대한 소송비용 부당지원이나 과도한 법률비용 지급 또는 위법한 법률자문 등으로 이슈화될 수 있다”며 “검사기간도 아니고,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사건건 금감원이 간섭하려 하는 건 과잉규제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금감원 측은 “모니터링 차원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어떤 처분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금감원이 가진 막강한 권한을 고려한다면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검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사기간에 괜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에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금감원이 상시적으로 기업 내부자료를 제출 받아 차곡차곡 쌓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에는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요구로 법무법인의 영업비밀이 침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금감원의 이 같은 상시감독체제를 무작정 ‘갑질’이라 비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데다 임직원 개인비리와 관련된 법률비용을 회사 법률자문비용에 덮어 씌우는 ‘비용 떨기’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있어 명분이 없지 않다는 취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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