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 곳곳에서 14일 국가가 울려 퍼졌다. 국경일이어서가 아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가 걸린 시민들이 벌칙으로 부르는 노래 소리다. 같은 이유로 주홍 조끼를 입고 청소를 하는 시민들도 목격됐다.
이날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대규모 사회제한조치(PSBB)’를 시행하는 자카르타에서 전날부터 위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벌칙이 시행되고 있다. 순박하고 인간적인 인도네시아다운 벌칙들이 눈에 띈다.
자카르타 중부의 쳄파카 푸티 지역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단속에 걸린 시민들이 인도네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라야(위대한 인도네시아)’나 국민가요 ‘국가를 위하여’를 불렀다. 일부 시민은 팔굽혀펴기 벌칙을 받기도 했다. 지역 경찰은 위반 횟수에 따라 ‘서면 경고→사회 봉사→벌금형’으로 올라가는 벌칙을 체감하는 시민들이 아직 많지 않아 시민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임시 벌칙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자카르타 중부의 타나 아방 지역 경찰은 전날 마스크 미착용 등 PSBB 규정 위반자를 21명 적발했다. 15명에겐 서면 경고를 했고, 6명에겐 공공시설 청소 벌칙을 부과했다. 실제 PSBB 규정을 위반한 시민들은 14일 도심 거리에서 주홍 조끼를 입고 청소를 했다. 자카르타 남부에선 19명이 단속에 걸려 거리 청소를 했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PSBB를 이달 22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외출 시 반드시 마스크 착용 △종교활동, 결혼식 등 5명 이상 모임 금지 △차량 정원 50%만 탑승 △필수 업종 외엔 재택근무 △음식점 내 식사 금지 등이다. 주정부는 “형사 처벌보다 청소 같은 사회 봉사가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기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568명 늘어난 1만6,006명이고, 사망자는 15명 추가된 1,043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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