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라고 사칭하며 여성들의 금품을 빼앗고, 초등학교 여교사를 폭행해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4일 살인, 사기,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에게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8년 6월2일 제주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피해자 B씨와 C씨에게는 종교적 이유로 금품을 뺏고 때린 혐의도 있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자신이 직접 작곡한 찬송가를 들려주며 신뢰를 쌓은 뒤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교주처럼 행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여성들의 월급을 빼앗고 전단 돌리기,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를 시켜 수익금을 가로챘다.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으며 집 청소, 빨래 등 가사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의 지시한 집안일을 하지 않고 연락을 받지 않자 찾아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피해자들은 김씨의 착취를 견디지 못해 연락을 두절하고 숨어 지내다, 김씨가 구속된 이후에야 피해사실을 알리는 등 극심한 공포를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1, 2심은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를 이용해 신앙적 주종관계를 형성한 후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며 “경위, 수법 및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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