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y] 중랑구는 접촉자 없어도 모두 공개… 삭제 기한도 ‘제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하는 확진자 이동동선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혹시 나와 동선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겠죠.
사실 확진자의 동선 공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지자체마다 공개 기준이 달라 혼란을 초래한 건데요. 어느 지자체는 자세히 공개하는데, 어느 지자체는 두루뭉술 동선을 알렸죠.
코로나19 확산 초기, 서울 송파구는 확진자가 방문한 가게나 장소의 이름을 공개했지만, 강남구는 상호명을 알리지 않았어요. 지자체마다 이렇게 다르다 보니 주민들은 “어느 지자체는 자세히 공개하는데, 우리(지자체는) 왜 이렇게 부실하냐” “우리만 너무 과도한 정보 공개 아니냐”등의 엇갈린 불만들을 표출했습니다.
공개 방식 왜 다르지?
모든 지자체가 공개 방식을 통일하면 안 되냐고요? 동선 공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방역 당국에서 3월 14일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발표하며 동선 공개 방식을 정리했어요.
당시 정부는 확진자가 다녀갔더라도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장소와 이동 수단을 공개하도록 권고했어요. 접촉 유무는 해당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는지, 얼마나 머물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역학조사관 등이 판단하도록 했고요. 접촉자를 모두 파악했으면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 최초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부터 동선을 공개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는데요. 지금은 지침이 바뀌어 증상 발생 2일 전부터 동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요.
지침이 만들어졌으니 논란은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침이 처음 마련된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각각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이태원 클럽 집단 발병 사례만 봐도 그런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초발환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환자의 이동동선에 관심을 보였을 거예요. 그러나 지자체별로 동선을 공개한 곳도, 공개하지 않은 곳도 있었죠.
용인 66번 환자는 서울 용산구와 경기 수원시, 성남시, 가평군, 강원 춘천시, 홍천군 등을 다녀갔습니다. 그런데 춘천시에서는 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동선 내 접촉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어요. 그렇다면, 접촉자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자체는 어땠을까요? 홍천군 역시 접촉자가 없었지만 동선을 공개했습니다. 같은 강원도인데도 이렇게 달랐네요.
지자체들이 정부 말을 안 듣는다?
이동동선의 비공개 전환 지침이 지켜지지 않기도 해요. 방역 당국은 이동동선에 포함된 업체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12일 지침을 개정해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나면 동선을 삭제하도록 했어요. 그러나 중랑구는 지난달 초 발생한 ‘중랑 16번’ 확진자의 마지막 접촉이 이뤄진 날로부터 20일이 지나서야 동선을 삭제했어요. 또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 동선을 공개한다는 정부 지침과 달리 확진자가 다녀간 이동 경로라면 접촉자 발생 유무와 관련 없이 모두 공개하기도 했죠.
지침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최대한 지침을 따를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고 지침이 잘 지켜지도록 방역 당국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 동선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자체별로 상황이 달라 역학조사관이 판단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분한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지침이 있어도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죠. 방역 당국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두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첫 번째 확진자 때만 상호명을 공개하고 두 번째 확진자부터는 익명으로 처리하기로 했는데요. 과연 이 지침은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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