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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계의 복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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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계의 복지’죠”

입력
2020.05.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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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경 대구 경일여자중학교 교육복지사

대구 경일여자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복지사박애경 교육복지사는 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바빠진다. 하교 시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찾아와 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긴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 경일여자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복지사박애경 교육복지사는 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바빠진다. 하교 시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찾아와 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긴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모든 교육복지사에게 그 학생의 편지를 읽혀주고 싶었습니다.”

며칠 전 대학교 3학년 학생이 박애경(46) 교육복지사가 일하는 경일여자중학교 교육복지실로 편지를 보내왔다. 박 교육복지사가 그 학생을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다. 당시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한부모 가정에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천사표’ 맏이였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사와 동생을 돌보는데 지쳐버린 학생이 고민 끝에 교육복지실로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여름방학 때 교통카드 한 장을 들고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다닌 적도 있었다고 했다. 박 교육복지사는 학생에게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 학생이 8년 만에 전한 편지에는 ‘학습 멘토링, 문화공연 관람, 봉사활동 등 다양하게 경험하고 마음 깊이 힘든 이야기를 깊이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학생은 ‘현재 저소득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멘토링을 하고 있다’면서 ‘그때 당시 선생님께 받은 사랑의 경험을 통해 지금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썼다.

“이 편지를 모든 교육복지사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교육복지사업은 만족도, 설문조사 등 수치로 구성된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요. 수치로 된 평가보다 아이가 전달하고 간 편지처럼 해당 사업을 경험한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평가가 진실된 평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라는 특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다. 학교 현장의 특수성에 맞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국가자격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복지사는 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바빠진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침을 먹지 않았다며 찾아오는 아이들, 실내화를 가져오지 않아 빌리러 오는 아이들, 프린터물을 부탁하러 오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간혹 쉬는 시간에 함께 수다 떨 친구가 없어 혼자 있는 모습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오는 아이들도 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휴게실처럼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한다.

박 교육복지사는 10년 가까이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 교회에서 아동부 전도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온종일 생활하는 학교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학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뒤 10군데 이상 원서를 지원한 끝에 경일여자중학교에 터를 잡았다.

시작하면서 누구나 큰 꿈을 꾸기 마련이지만, 박 교육복지사는 이전이 이미 아들과 어울려본 경험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복지사로 활동해왔다.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교육복지사란 존재가 있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숨 쉴 수 있는 통로를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교육복지사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발전했다고 했다.

“초기에는 욕구조사를 바탕으로 하기는 했지만,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에 맞추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목표에 맞는 효과를 기대했죠. 그러나 지금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전체적으로 아이들에게 ‘관계의 복지’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간혹 교육복지사의 존재 가치를 묻는 이들이 있다. 학교 안의 교사와 학교 바깥의 사회복지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논리다. 박 교육복지사는 실례를 들어 교육복지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학생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연락을 받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몰라서 교감선생님이 제게 연락을 하셨어요. 학교 바깥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당연하죠.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그날 저녁에 입원수속을 마치고 긴급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어요. 학교 밖의 복지 기관과 제도를 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그 일이 있은 뒤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3년 후 느닷없는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 번호가 낯설어서 ‘누구야?’하고 물었더니 ‘아빠가 아팠을 때 도와주셨잖아요’하는 답장이 왔다. “진로, 취업 등을 위한 상담교사가 필요하듯 교육복지사의 역할과 존재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직은 교육복지사가 활동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교육복지사들이 아이들 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돕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진승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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