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명품 브랜드 ‘샤넬’이 예고한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두고 전국 주요 백화점은 인상 전 가격으로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서울 중구 한 유명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동시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명품관의 특성상 일찍 입장하지 못하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외벽을 따라 40~50 미터 이상 늘어선 대기 줄에서 타인과의 거리 두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모습은 서울뿐 아니라 대구의 유명 백화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동안 명품관만은 승승장구해 왔다. 12일 신세계 백화점이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일반 의류와 식품 등 대부분 사업 분야는 20% 내외의 매출 하락이 있었으나 명품 매출은 오히려 10% 증가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명품관을 비껴갔다고 해서 바이러스도 피해갈 수 있을까, 샤넬 매장이 입점한 다수의 백화점에선 그간 일상으로 자리잡은 방역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공표한 생활 속 거리 두기 5대 기본수칙 중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부터 실종됐다. 이날 서울 중구의 백화점 명품관에선 요즘 다중 이용 시설마다 흔한 바닥 간격 유지 표시조차 볼 수 없었다. 출입구의 매장 직원은 대기 인원을 파악하고 입장을 통제하면서도 사람들이 서로 밀접해 줄을 서 있는 상황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손 소독제와 체온계가 건물 입구에 비치돼 있었으나 매장 직원은 사용을 권유하지 않았고, 이를 사용하려는 이도 거의 없었다.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제2의 집단 감염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본 방역수칙 준수는 중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현장관리조차 외면한 명품 브랜드에 따가운 여론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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