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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대협도 ‘엉터리 회계’… 순익 부풀리고 자산은 줄여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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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대협도 ‘엉터리 회계’… 순익 부풀리고 자산은 줄여 공시

입력
2020.05.14 0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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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엔 711만원 순익 늘리고 

 2019년엔 장부에 남은 돈 2298만원 차이 

 정의연 “공시 입력 과정에서 오류 생긴 것”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9차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9차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2억원 이월금’ 누락 등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부실 회계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수익을 이중으로 반영해 순이익을 부풀리는 등 엉터리 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법인의 회계처리가 민간기업보다 느슨하다고 해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대협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2018년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13일 분석한 결과, 당해 연도 총 수익은 6억1,079만원이다. 기부금 수익(6억367만원)과 사업 외 수익(711만8,201원)을 합친 액수다. 같은 해 쓴 총 비용은 5억977만원이다. 이 같은 공시대로면 2018년 순이익(수익-비용)은 1억101만5,092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수익과 비용의 세부항목을 공시하는 ‘운영성과표’를 보면 2018년 순이익은 1억813만원으로 적혀 있다. 순이익이 711만원가량 더 많은 것이다. 이는 정대협이 사업 외 수익으로 잡아둔 예금이자수익 711만8,201원을 ‘사업수익’으로 한 번 더 반영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운영성과표의 ‘사업수익 이자수익’ 항목에 711만8,201원이 한 번 더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금이자수익을 이중으로 반영하면서 결과적으로 순이익이 부풀려졌다.


회계 오류는 이듬해에도 발생했다. 2019년도 공시에는 총자산(순자산+부채)이 2,298만원 가량 축소됐다. 실제 쓴 돈과 장부에 남아 있는 돈이 2,298만원만큼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당해 연도 정대협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총자산이 24억7,220만원으로 적혀 있다. 현재 은행에 쌓여 있는 현금 등 보통순자산(적립금) 2억2,220만원, 기본순자산(설립자금) 15억원에 부채 7억5,000만원을 더한 액수다.

하지만 분석 결과 보통순자산이 잘못 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순자산은 전년도에 넘어온 보통순자산에 당해 연도 순이익을 더해 계산한다. 2018년도 보통순자산 1억101만5,092원과 2019년도 순이익 1억4,416만원을 더하면 2019년도 보통순자산은 2억2,220만원이 아닌 2억4,518만원이 돼야 계산이 맞다. 이를 반영하면 총자산은 24억9,518만원으로 애초 공시한 것보다 2,298만원 늘어난다. 2019년도 회계장부만 놓고 보면 이만큼 돈이 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정의연은 그간 제기된 부실 회계 의혹에 대해 약간의 실수가 있었을 뿐이라며 공인회계사들의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정대협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공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빚어진 것”이라며 인정했다. 이어 “국세청이 재공시 명령을 내리면 수정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금을 법인 운영의 기반으로 삼는 공익법인이 부실한 공시를 단순히 ‘실수’로 여기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공익법인 전문가는 “정대협 회계장부를 보면 지출내역 불성실 기재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만약 민간기업이 순이익을 부풀렸다면 당장 당국 감리 등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며 “회계 부정을 실수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의연의 부실 회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국세청은 오는 7월 재공시를 명령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대협 결산서류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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