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분실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11일 빈 투표용지 6장을 공개하며 부정 선거의 증거로 내세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현장에서 누군가 투표용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12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4ㆍ15 총선 당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3일 선관위 등에 따르면, 분실된 투표용지는 지난달 15일 경기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소에 지급됐다 남은 분량이다. 선관위는 규정에 따라 투표가 끝난 오후 6시쯤 투표용지를 서류봉투에 넣은 뒤 테이프로 밀봉했고, 봉투 겉면에 투표관리관 도장을 찍었다. 이어 봉투를 선거사무 가방에 넣어 개표 장소인 구리시체육관으로 보냈다. 가방은 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보관했다.
남은 투표용지는 통상 개표가 끝날 때까지 밀봉된 상태로 뒀다 관할 선관위에 보낸다. 15일 구리시체육관에선 작은 문제가 생겼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보다 기표된 투표용지가 2개 많은 사실이 개표 도중 발견된 것이다. 선관위는 개표를 중단하고 체력단련실에 보관 중이던 잔여 투표용지 봉투를 뜯어 매수를 셌다.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봉투에 투표용지를 다시 넣어 체력 단련실에 보관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봉투를 다시 밀봉하지 않은 채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체력단련실에 밤새 방치하다 16일 오전에서야 밀봉했다. 선관위는 열려 있는 봉투에서 누군가 투표용지를 빼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체력 단련실을 촬영하는 폐쇄회로(CC)TV는 없었다. 당시 개표소에는 선관위 직원, 참관인 등 300명 가량이 모여 있었다.
선관위는 민 의원이 11일 빈 투표용지를 공개한 직후 봉인된 봉투를 다시 열어 투표용지 6장이 분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투표용지가 어떻게 분실되고 어떤 경로로 민 의원에게 전달된 것인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13일 의정부지검에 배당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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