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미얀마 정부기관지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2월 28일부터 5일간 샨주(州) 쿳카이타운십 콩카지역 레캄 마을에서 진행된 마약소탕 작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압수된 마약과 마약제조에 필요한 전조 화학물질 시세는 무려 930억짯(약 799억8,000만원)에 달한다. 콩카 작전은 이후 40일간 최소 10여차례 계속됐다. 지난달 7일 미얀마군은 “이번 작전을 통해 4,120억짯(약 3,543억2,000만원) 규모의 불법 마약류를 압수했다”며 “특히 레캄 마을의 마약공장 두 곳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군의 수중에 떨어진 마약은 진분홍빛 합성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일명 ‘야바’), 모르핀 가루, 생 아편 등이다.
미얀마 샨주는 무장반군들은 물론 지역 군벌, 친정부 민병대들이 범람하는 지역이다. 콩카에선 ‘콩카 민병대’로 더 잘 알려진 카친수비군(KDA)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작전 과정에서 정부군은 레캄의 KDA본부까지 급습하는 등 조직 간부 여럿을 체포하고 무기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현란한 마약 소탕 작전에서 흥미로운 건 KDA가 친정부 민병대라는 점이다.
수년간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마약거래 문제를 집중 분석해온 심인식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DOC)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얀마 측(경찰)과 접촉해보니 ‘KDA가 본래 임무는 안하고, 나쁜 짓을 해서 축출했다’더라”고 전했다. 미얀마 옵저버들 사이에서도 해당 작전을 유도한 KDA의 ‘나쁜 짓’을 두고 여러 추측과 분석이 오갔다.
예비군 2,000여명을 포함, 약 3,000명 병력 규모인 KDA는 북부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에서 떨어져 나와 1991년 정부군과 휴전을 맺은 조직이다. 이어 2010년엔 군사정부 시절 국경수비대(BGF)로 전환됐다. BGF는 2008년 군정헌법에 따라 소수민족 반군들을 중앙정부 통제 하에 효율적으로 두기 위한 ‘전향’ 장치이자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간 분열을 조장하기 좋은 전술이기도 하다. 정부군 일부도 BGF에 인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친정부 민병대로서의 성격이 분명하다. 아시아 파운데이션의 2016년 보고서 ‘미얀마 민병대’에 따르면 카친주, 샨주, 카렌주와 카레니주 등에 산재해 활동 중인 BGF는 23개나 된다.
미얀마군이 KDA의 마약거래를 모를 리 없었다는 추론은 그래서 가능하다. 이번 작전의 타이밍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 안보전문매체 제인스디펜스위클리가 ‘미얀마군 정보국’을 취재원으로 작성한 기사가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KDA가 서부 라카인주 반군조직인 아라칸군(AA)과 마약거래 비즈니스에서 손을 잡고 있다는 내용이다. 반박 성명의 귀재인 AA는 지난달 29일 “미얀마군 정보국이 우리 조직을 향해 퍼붓는 근거 없는 비난에 근거한 기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KDA와의 연계설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감이고 잘못된 정보”라고 거듭 부인했다.
AA는 라카인주의 주류 라카인족 반군이다. 2009년 4월 출범해 다른 반군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재정ㆍ군사적으로 급성장했다. 북부 카친주에 임시 본부를 두고 활동해오다 2014년 말부터 자신들이 ‘아버지의 땅’이라 부르는 라카인주, 친주 등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 쪽으로 작전 중심을 옮겼다. 양국 국경발 야바 밀수 소식이 이 즈음부터 급증한 건 우연 만은 아닐 것이다.
AA와 정부군이 싸우는 서부전선은 최근 1년여간 미얀마 여러 내전 현장 중 가장 전투 양상이 가장 격렬하다. 두 세력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라카인 주민들은 물론 로힝야족도 전쟁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미얀마군이 라카인 시민 5명을 ‘AA 반군’이라며 구타하고 고문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럴 비디오로 오르기도 했다. 미얀마 독립언론 미얀마나우는 이들이 지난달 말 라카인주 폰나균타운십에서 ‘반(反)테러법’으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미얀마군은 또 당일 다른 소수민족 반군들에 일방적인 휴전을 선포하면서 “AA는 예외”라고 못박았다. 게다가 3월 23일 미얀마 민간정부도 AA와 조직 정치국 격인 아라칸연합동맹(ULA)을 ‘테러 단체’로 공식 선포했다. 일련의 모든 사실을 종합하면 이번 콩카 마약 소탕 작전 이면에는 친(親)정부 성향의 KDA가 정부군 최대 적수인 AA와 마약거래 동업자로 나서는 등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콩카 작전은 반군 AA와, 친정부 KDA, 그리고 한 분석가의 표현대로 “KDA의 마약거래를 몰랐을리 없는” 정부군, 이 3자간 마약 비즈니스 및 내전을 둘러싼 복잡한 ‘삼각 관계’가 엿보인다.
콩카 작전이 이후 마약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요 관심사다. 심 연구원은 작전 지역인 레캄마을, 쿳카이 등지에서 생산되는 마약이 주로 중국과 방글라데시 루트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 미얀마 최대 무장단체인 와주군(UWSA)이 통제하는 샨주 남부 쪽 마약은 태국으로 건너가 태국에서 소비되거나 태국-말레이시아 경로를 타고 호주, 뉴질랜드,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로 향한다. 그는 콩카 마약 공장이 봉쇄되면서 “특히 방글라데시 방면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화 여부 역시 주목된다. 다만 샨주를 생산 허브로 하는 마약거래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얀마 쪽은 마약제조에 필요한 화학성 전조 물질을 애초에 중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오는 구조라 국경간 무역에 타격이 없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영향 탓에 중국으로부터 전조 물질을 공급받지 못하는 중남미 ‘마약 대국’ 멕시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울러 아시아 마약 시장에 이미 국제 조직범죄단이 깊이 침투해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심 연구원은 “국제 조직이 마약 시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반군이나 민병대가 주도할 때와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령 필로폰이 좀 더 돈이 되다 보니 야바 생산은 감소한 반면, 코카인과 엑스터시 같은 강성 마약이 등장하는 등 거래되는 마약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의 엘 차포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삼고르 신디게이트’로 알려진 국제마약조직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 조직은 마약 범죄로 당초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감형돼 출소한 중국계 캐나다인 ‘체시랍’이 두목인데, 연간 170억달러를 벌어들인다. 미얀마 무장조직들도 삼고르 신디게이트와 ‘픽서(브로커)’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게 심 연구원의 전언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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