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관리 감독을 골자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 반발이 거세다. 정부에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이란 주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협의도 없이 졸속으로 마련된 개정안은 결국 과도한 규제로 남게 될 것이란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개정안에 대해 오해가 불거지고 있다며 별도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과기부는 먼저 일각에서 제기된 ‘사생활 침해 논란’부터 부정했다. 법률 개정 이후에도 재난 발생 시에 한해 데이터 소실 없이 IDC의 정상 운영 여부만 관리·감독하겠다는 게 과기부 계획인데, 일부에선 내부 데이터까지 들여다 보는 게 아니냐는 과장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데이터센터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에 재난이나 장애가 발생한다면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IDC 사업자도 재난관리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개정안에 따르면 재난 또는 서비스장애 발생 시 주요방송통신사업자는 정부에 관련 보고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허위로 보고하거나 고의로 정보를 누락했을 경우 최고 매출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 현장 조사를 갈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에서 지목한 ‘재난 상황’에 기업의 일상적인 서비스 장애가 포함됐다는 데 있다. 과기부는 설명자료에서 ‘재난·장애시 서비스 국내 중단 사례’로 △2016년 경주 지진으로 인한 트래픽 폭증으로 약 2시간 동안 카카오톡 메시지 송수신 지연 △2018년 아마존웹서비스(AWS) 접속장애로 약 80분간 국내 인터넷서비스 연쇄 장애 △올해 3월 네트워크 오류로 약 80분간 카카오톡 메시지 송수신 지연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사례는 모두 IDC 자체에 문제가 게 아니란 게 관련 업계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통신 및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관련 없는 IDC에만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로부터 보호받는 기간산업인 방송사·통신사와 달리 자유경쟁에 놓인 민간 IDC 운영사까지 동일한 수준의 의무를 지우겠다는 정부 방침 또한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IDC 운영사의 가장 큰 시장경쟁력이 바로 ‘안정성’인데, 이걸 경쟁에 맡기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개정안으로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이다”며 “규제를 덜어주겠다면서 오히려 기업의 자유경쟁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과 영업비밀 침해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재차 “해외 IDC 업체에게도 똑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선 실효성 문제에 의문을 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WS 장애 사건이다. 당시 정부가 조사단을 꾸려 AWS에 파견했지만, AWS에선 내부 행사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관련 업계가 “해외사업자가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더라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버티면 정부로선 강제할 수 없을 것이다”며 “결국 정부 눈치를 보는 국내 업체들만 규제 아래 놓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개정안을 포함한 규제입법에 대해 “전형적인 졸속법안”이라며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과기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중복규제, 역차별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단계에서 업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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