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3일 북한군 GP 총격 사건 익명 브리핑 실시
중기관총 ‘공이 파손’ 확인… GP 대응은 신속
북한군이 지난 3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을 당시 군의 대응이 지연됐던 이유가 공식 확인됐다. 원격사격체계(RCWS)로 작동하는 KR-6 중기관총의 공이(탄환 뇌관을 때려 폭발을 일으키는 쇠막대) 파손 때문이었다. 특히 총격 후 열흘 만에야 상황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정보 통제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총격은 3일 오전 7시 41분쯤 발생했다. GP장은 즉시 비상벨을 눌렀고 4분 뒤 GP 근무 장병 전원이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북한군 총탄은 전방을 감시하는 GP 관측실 방탄 창문 아래에 맞았고, 1~2m 내에 탄착군을 형성했다. GP 장병들이 세 차례 총성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북한이 GP에 배치한 고사총이 ‘쌍열’이라는 점을 종합하면 북한군은 6발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속 대대장은 출근하던 차량 내에서 상황 보고를 받고 북측 GP에 KR-6로 대응 사격을 하도록 지시했다. KR-6는 지휘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사격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3차례 발사 시도는 기능 고장으로 불발됐다. 화상시스템으로 상황을 주시하던 연대장이 KR-6 대신 K-3 기관총 사격을 지시해 15발이 발사됐다. 이때가 오전 8시 13분으로, 총성을 들은 지 32분, 탄흔을 식별한 지 22분 만이었다.
이후 사단장은 K-3가 북한 고사총 총격 대응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오전 8시 18분쯤 12.7㎜ K-6 중기관총 사격을 지시했고 다시 K-6 15발이 발사됐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군 대응은 유엔군사령부가 정한 적대행위 정도에 비례한 무력 사용 원칙인 ‘비례성’을 준수한 적절한 조치였다”며 “해당 GP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매일 점검하는 KR-6의 공이 파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이나, 최초 KR-6 사격 불발이 다음날에야 보고된 점 등 미비한 부분이 드러났지만 현장 대응은 대체로 적절했다는 평가였다.
다만 지속적인 의혹 제기에도 열흘이 지나서야 사건 전모를 공개한 건 청와대의 지나친 정보 통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발생 초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군에 북한군 관련 정보 공개를 제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군은 북한군이 총격에 사용한 화기, 군 대응 총기 및 방식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후 KR-6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국방부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지시해 이날 익명브리핑이 실시됐다고 한다.
지난해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접안 사건 당시 ‘인근’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지시해 불신을 자초했던 것도 청와대였다. 이번에도 부적절한 판단으로 정보를 통제해 혼선을 빚은 셈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청와대에서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려야 군 및 정부를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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