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천안 사업장서 만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협력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13일 전격 회동하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국내 재계 1,2위 그룹 총수인 두 사람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차 산업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직후 성사되면서 향후 양사의 협력 방향도 주목된다.
이날 회동은 정 부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서보신 생산품질담당 사장 등 현대차그룹 임원진이 충남 천안의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삼성그룹에선 이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 등이 이들을 환대했다. 이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현장을 안내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일정은 오찬까지 진행됐다.
양측 경영진의 이날 논의는 상용화 준비 단계 중인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지로,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주종을 이루는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충전용량과 안전성이 뛰어나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품종을 44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3차에 걸친 대규모 배터리 수급계약 체결을 추진 중인데, 3차 계약 대상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은 최근 종합기술원을 통해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시중 제품의 2배 수준인 800㎞로 늘린 전고체 배터리 원천기술까지 확보한 상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나 정 부회장 모두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 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않았겠냐”고 전했다.
업계에선 두 총수의 만남으로 양사가 종전의 껄끄러운 관계를 회복하고 미래차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 그룹은 1990년대 후반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 이래 갈등 관계에 가까웠다. 독일계 차량부품업체 하만으로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를 공급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협력사를 LG전자, 미국계 보스(BOSE) 등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배터리도 LG화학(현대차)과 SK이노베이션(기아차)에서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 친분도 있는 두 오너가 전격 회동한 만큼 배터리, 전장부품 영역부터 거래가 트일 수 있다”며 “두 그룹 특성상 커넥티드카(통신망 연결 자동차)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총수의 이번 만남은 정부의 신산업 육성 방침에 대한 화답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꼽고 강력히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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