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오랜 숙원 중 하나는 외국인타자의 성공이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한국시리즈 진출 도전을 목표로 삼은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류중일 LG 감독은 일찌감치 로베르토 라모스(26)를 올 시즌 팀 전력의 키로 점찍었다. 라모스는 비시즌 LG가 공들여 영입한 유망주다. 코로나19 여파로 뒤늦은 입국과 자가격리 때문인지 연습경기까진 신통치 않았다. 당시 류 감독은 “호쾌한 스윙도 하고 큰 타구를 많이 날려줬으면 좋겠다”고 애를 태웠다. 하지만 정규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비거리가 늘기 시작했다. 2경기 연속홈런을 포함해 벌써 6경기에서 홈런 3개로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타율도 0.435(23타수 10안타)에 이른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3할(0.309)-30홈런-100타점(105개)을 기록한 ‘정교한 거포’임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는 초반이다.
라모스가 4번타자로 확실한 무게중심을 잡는다면 LG 타선은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 개막전 승리 후 4연패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라모스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LG는 지난 10일 창원 NC전에서 6점 차 열세를 딛고 3-6으로 뒤진 8회 7점을 몰아쳐 역전승을 일궜다. 8회 첫 득점이 선두타자 라모스의 홈런포였다. 12일 잠실 SK전에선 3회 역전 투런포를 쳤다. 한순간에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홈런타자의 존재를 실감한 경기들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응력이라면 라모스는 30홈런은 거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쁜 공에 손이 나가지 않는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홈런타자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LG에서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1999년 이병규(31개)가 유일했다. 이후로 로베르트 페타지니가 2009년 26홈런, 조인성이 2010년 28홈런,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가 26홈런을 때렸지만 모두 30홈런 타자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21년 만의 30홈런을 예감하고 있는 라모스가 올 시즌 LG의 운명을 쥐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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