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개막전 승리 이후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한화가 토종 선발 김민우(25)의 재발견으로 위안을 삼았다.
김민우는 시속 150㎞ 직구에 배짱 있는 투구로 한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특히 12일 대전 KIA전에서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 히터’ 행진을 이어갔다.
스포츠기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한화 토종 선발의 6이닝 노히트 노런은 2007년 5월 27일 대전 두산전에서 고 조성민이 기록한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조성민은 6이닝까지 노히트 노런을 작성했지만 7회에 1실점을 하고 구원투수가 조성민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여 6.1이닝 3실점으로 등판을 마쳤다.
김민우의 진가는 기록 행진이 무산된 7회에 더욱 돋보였다. 선두 타자 김선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노히트 노런이 깨졌고, 후속 타자 프레스턴 터커에겐 볼넷을 내줘 무사 1ㆍ2루에 몰렸다. 크게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민우는 5~7번 최형우 장영석 유민상을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이날 성적은 7이닝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불펜이 1-0,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인상적인 역투였다.
사실 김민우는 2015년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다. 입단 첫해 36경기에 나가 70이닝(평균자책점 5.14)을 소화하면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듬해 어깨를 다친 뒤 좀처럼 알을 깨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 선발로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로테이션에서 밀렸다. 평균자책점은 두 시즌 동안 6점대에 그쳤다.
크고 작은 부상 탓에 구위 저하로 고전했던 김민우는 올해 부상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2019시즌 시속 140㎞ 초반대에 머물렀던 직구 평균 스피드가 146㎞까지 올라갔다. 시즌 개막 전 연습 경기에서는 150㎞를 찍었다. 급상승한 구속에 한용덕 한화 감독도 굳은 신뢰가 생겼다. 한 감독은 “스피드가 많이 올라왔다”며 “원래 갖고 있는 게 좋았던 선수다. 이제 어깨 재활을 마친 뒤 (재발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민우가 선발 자리에 안착하면서 한화는 숨통이 트였다.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해 복귀 시점을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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