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손잡고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 산업으로 꼽고 육성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국내 재계 1, 2위 그룹 총수가 즉각 화답한 모양새다. 양 측의 전격적인 사업 협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고 있는 젊은 총수들의 미래 포석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두 그룹 경영진은 이날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삼성그룹에선 이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에선 정 부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이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별도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삼성SDI와 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글로벌 기술 동향과 삼성의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삼성SDI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1회 충전에 60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제품 ‘젠5’ 공급 준비를 하고 있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충전 후 주행거리 800㎞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천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당장 구체적 협업이나 상품 공급 계약 논의가 이뤄지진 않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기술 청취 차원에서 가는 것으로, 신기술이 있는 회사가 잠재적 파트너사에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총수들이 직접 참석하는 등 행사 무게에 비춰볼 때 이번 회동은 향후 양사의 사업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양 그룹 총수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 목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모델에 LG화학 배터리를,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양산할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면서 3차례 추가 발주를 예고한 바 있다.
전기차는 정부의 ‘선도형 경제’ 구축 계획의 간판 사업 분야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강력히 육성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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