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국의 ‘마이너스 물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월 마이너스(-0.4%)로 돌아선 이후 물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호텔, 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떨어졌다. 국제유가 폭락 속에 에너지 물가도 급락해, 4월 휘발유 가격은 20.6% 내렸다. 다만 식료품 물가는 2.6% 뛰었다. 1974년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이다. 미국 전역의 ‘재택 명령’으로 식료품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4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4% 내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ㆍ식품을 제외한 것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가장 주목하는 물가 지표로 꼽힌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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