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단원 5명…70대 단원도
올해 서울시, 시향에 180억원 배정
다른 교향악단 대부분 정년제
“청년 음악인 위해 제도 정비해야”
서울시 산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단원에 대해 정년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 단원들만큼은 ‘평생직장’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12일 서울시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악기를 연주하는 예술단원 95명 중 만 60세 이상의 단원은 5명이다. 이 중에서는 70세를 넘긴 단원도 있다. 현재 공무원의 정년은 60세다.
경만선 서울시의회 의원은 “공무원 조직을 포함, 동종기관에서 조직원에 대한 정년 규정이 없는 곳은 서울시향이 유일하다”며 “서울시향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200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했다. 올해 180억원의 시 예산이 들어가는 공공기관이다.
매년 청년 음악인들이 배출되고 있고,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서울시향은 ‘단원 개개인이 예술인이라는 특수성을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향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오케스트라의 경우 정년이 없다”며 “정기적으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 의원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나이가 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향이 세계적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라도 젊은 음악인들을 기용, 조직에 역동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시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부지휘자 1명을 뽑는데 100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몰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회 전 의원은 “시향 정년 문제는 10년 전부터 논란이 됐지만, 2013년 직원들의 근무태만 문제가 불거지고서야 정년제가 도입됐다”며 “그것도 예술단원은 제외한 채 행정직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KBS 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행정직은 물론 예술단원들에게도 60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예술단원이 절대다수인 조직의 특성상 음악감독의 의견이 필요하지만, 지난 1월에 핀란드 출신의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취임한 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진전이 없다”며 “사태가 종식되면 (단원에 대한 정년규정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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