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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경제] 꽂히면 돈 아끼지 않는 ‘미래 고객’ 사로잡기… 인구변화부터 읽어라

입력
2020.05.17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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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벤치마킹하거나 반면교사로, 단순한 캐치업 만으로도 유의미

차별·충격적인 한국의 인구변화 국내의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소비경향 갈수록 까다로워져… 합종연횡 협업 전략 필수 조건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생아는 2만2,854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2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생아는 2만2,854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2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 혁신돌파를 위한 4대 대응전략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인구는 절대적이며 포괄적이다. 모든 변화에 넓고 깊게 포진한다. 전혀 무관해보이는 현상조차 뜯어보면 원류와 과정, 결과엔 인구변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통계청이 통상 5년 주기로 발표하는 대형사업인 장래인구추계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변화에 맞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제반 정책의 수정이나 신설이 이뤄지고, 한정된 자원을 교육ㆍ국방ㆍ조세ㆍ복지ㆍ산업정책 등에 차등 배분하는 것도 인구추계가 바탕이 된다.

하물며 시장이나 기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시장은 인구규모(고객숫자)로 결정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전체인구뿐 아니라 연령비중 변화까지 아우르는 대형변수다. 가랑비에 옷 젖듯 당장은 몰라도 나중엔 조직성패를 가를 수 있다. 물론 인구변화의 정확한 예측과 대응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인구변화의 최대 원인인 저출산만 봐도 최근 2~3년 동안 추계치를 완전히 빗나간 결과가 나왔다. 고용과 소득 등의 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인생과 가치관까지 바뀐 후속세대의 출산의지를 읽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각종 출산정책이 잘 먹혀 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럼에도 인구변화를 읽어내는 건 절체절명의 조직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예측범위를 이탈한 급격한 인구변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생존과 성장이 조직가치의 전부인 기업은 무엇보다 즉전(卽戰)태세가 시급하다. 덩치와 생각 모두 급변하는 고객을 팔짱 끼고 응대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발변수든 저성장이라는 고정변수든 그 돌파구는 갈림길에 선 인구변화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인구변화→소비변화→시장변화→사업변화’로의 ‘환승’은 닥쳐올 미래시장을 읽어낼 핵심고리다.

모범답안이나 만병통약은 없지만 몇 가지 조언은 가능하다. 인구변화가 낳은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선행사례에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대략 4가지 대응전략으로 정리된다. 이를 충실히 반영한 혁신실험이면 머잖아 훌륭한 사업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①선행사례를 배워라

개척루트를 뒤따르는 것은 여러모로 이로운 방식이다. 미지의 땅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저비용ㆍ저위험은 물론 고정ㆍ고달성도 꾀할 수 있다. 선행사례의 경험연구는 후속주자에겐 필수다. 위험한 실험보단 안전한 훈수가 낫다. 불확실한 인구변화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시간과 자금까지 넣을 필요는 없다. 선행사례만 잘 확인해봐도 상당량의 자원낭비는 막을 수 있다. 정보는 흘러 넘친다. 정확히 읽어내고 연결하는 노력과 능력이면 충분하다. 어렵진 않다. 수많은 선행샘플은 대개 한 방향을 가리킨다. 실패 이유는 많아도 성공비결은 하나로 압축되게 마련이다.

일본사례는 그래서 제격이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변화의 충격을 온몸으로 맞은 유일무이한 선행모델이다. 적어도 오늘의 한국은 어제의 일본과 닮았다. 인구변화에 맞선 성공사례면 벤치마킹하고 실패했다면 반면교사로 좋다. 특히 인구변화가 낳은 신고객과 신시장의 기업대응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일본사례의 단순한 캐치업(Catch-Up)만으로도 나름 유의미하다.

제대로 된 세부전략이면 비용을 내서라도 따라해보는 게 좋다. 인구변화란 게 워낙 상식파괴의 낯선 결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최대한 제거하는 차원이다. 물론 조심할 건 있다. 일본에선 먹혔어도 한국에선 안 먹힐 수 있다. 둘은 그만큼 또 다르다. 국제비교의 함정이다.

②한국상황을 읽어라

그렇다고 선행사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선 곤란하다. 표준 답안이라기 보다는 풀이 안내서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 특히나 가능하다면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까지 챙기는 것이 좋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과정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변화의 한국적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변화는 충분히 차별적이고 격동적이며 충격적이다. 정확히 어울리는 수식ㆍ설명어가 없을 만큼 굉장히 과격한 변화 흐름이다. 어떤 추계나 통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어느 나라도 걷지 않은 길을 홀로 꿋꿋이 걸어가고 있다. 5년마다의 정기주기를 깨고 2019년 장래인구 특별추계까지 발표했지만, 그조차 금방 깨질만큼 출산율은 급전직하다. 선행사례를 읽되 무게중심은 한국 상황에의 차별분석에 실리는 게 옳다. 전대미문(前代未聞)ㆍ미증유(未曾有)란 어려운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대로면 한국보다 빨랐던 서구유럽은 물론 일본조차 한국사례를 역으로 분석할 지경이다. 출산율 1명의 하향돌파는 세계를 충분히 놀라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2019년 0.9명선까지 위협했다. 늙어가는 속도와 범위가 신기록이니 영향이나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 연기와 포기를 결심한 한국청년의 DNA가 빚어낸 출산파업의 에너지다. 한국은 꽤 남다르다. 인구 정복의 정밀도를 높이자면 한국적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무턱대고 해외사례만 따라가서는 곤란하다.

③상시 조직을 만들라

기업이나 시장의 경쟁환경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각박해지고 있다. 여차하면 치이고 저차하면 다친다. 투입자원은 한정적인데 경쟁변수는 확장적이다. 이런 와중에 당장에는 영향이 없다고 여겨지는(?) 인구변화까지 챙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게 사실이다. 사실 눈앞의 매출증진에 직결되지도 않는다. 미뤄지고 잊어지는 이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대부분은 교양이나 상식수준에서 인구를 공부한다. 관련이슈가 터질 때 살짝 접해보는 걸로 끝이다. 이해는 가지만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인구변화는 반짝 이슈가 아니다. 알면 알수록 시급한 대응체제가 절실한 현재진행형의 메가 변수다. 미진한 정책대응이 순식간에 엄청난 충격지표로 연결됐음을 경험하지 않았나. 반짝 이슈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상시 대응은 당연한 귀결이다. 상수(常數)를 변수(變數)로 착각하면 당장은 편해도 나중에 괴롭다. 사업토대인 인구변화는 단편ㆍ산발ㆍ임시적인 대응체계로 맞설 수 없다.

한국형 급변경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가능하면 집중ㆍ전담식 상시조직을 갖춰 신고객과 신시장의 변화양상은 물론 수면아래 감춰진 추동원리까지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독특한 건 직위가 높을수록, 기업의 오너일수록 인구변화의 이모저모를 놓치지 않는 걸로 파악된다. 이들의 위기감은 상당해 절실하고 긴박해 눈에 띈다. 앞으로의 먹거리를 생각해야 할 입장에 설수록 인구변화의 영향과 힘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④협업모델을 택하라

앞으로 등장할 신고객과 신시장은, 과거와는 결별된 형태의 새로운 욕구분출과 가치지향을 내포할 것이다. 만들고 나면 언젠가는 팔리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이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연령 소비는 물론 성별 소비조차 거부하고, 끝없이 세포화되는 욕구발현 와중에 본인이 꽂힌 것에는 넘치게 지불하는 새로운 고객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제조회사에 직접 맞춤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물건보다 경험을 중시하며, 소유보다 사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없었던 소비욕구인데, 기존의 소비에 대한 정의는 물로인고 고객에 대한 전통적인 구분조차 뒤섞인 ‘복잡계 소비시장’의 신주역인 셈이다. 그나마 아직은 일부 고객들이 선도하는 시장이지만, 향후에는 더 까다롭고 다양해진 소비경향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신고객에의 맞춤대응은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혼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차원의 선택과 집중은 물론 합종연횡 방식의 협업 전략이 유력해지는 이유다. 자본이 있어도 무리할 필요는 없다. 패러다임은 변했다. 일관적인 체계를 통해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안은 ‘본업경쟁력+외부서비스’의 연계 모델이다. 장기적으로 축적된 경쟁력을 극대화하되 추가적인 소비지점과 고객만족은 이(異)업종과 연대해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탈(脫)제조ㆍ향(向)서비스가 그렇다. 고성장 시대의 대량생산을 주도한 제조업과 차별화된 눈높이에 맞추는 서비스업이 접목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금융과 제조(유통)까지 포괄된다. 업종불문ㆍ전체 참가의 무한경쟁인 셈이다. 하나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고객도 변했다. 그렇다면 답은 혁신응대다. 답은 수면아래의 인구변화에 숨어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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