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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가족 위해 ‘투명마스크’, 입냄새 제거 위해 ‘탈취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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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가족 위해 ‘투명마스크’, 입냄새 제거 위해 ‘탈취마스크’

입력
2020.05.12 17:4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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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뉴 노멀’ 첨병들

투명 마스크 만든 박성일 청각재활센터장ㆍ마스크 탈취 팩 개발한 박천호씨

박성일 청각재활센터장이 청각장애인 가족을 위해 만든 투명 마스크를 쓴 채 웃고 있다. 박 센터장 제공
박성일 청각재활센터장이 청각장애인 가족을 위해 만든 투명 마스크를 쓴 채 웃고 있다. 박 센터장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은 일상의 새로운 표준(뉴 노멀ㆍNew Normal)이 됐다. 하지만, 뉴 노멀은 새로운 그늘을 드리웠다. 입 모양을 보고 상대의 말을 알아차리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마스크의 일상화는 때론 소통의 장벽이 됐고,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마스크는 쓰레기 문제를 낳았다.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마스크는 없을까. 소외자 없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마스크의 뉴 노멀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첨병들이 있다. 청각장애인 가족을 위해 투명 마스크를 제작한 박성일 청각재활센터장과 재활용을 위한 구취 제거 마스크 팩을 개발한 박천호씨다.

청각학 박사인 박 센터장이 만든 마스크는 독특하다. 입 주위를 투명 소재 플라스틱으로 덧대 입 모양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박 센터장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써 의사소통이 불편하다는 장애우와 가족분들 얘길 듣고 고민하다 투명 마스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청각학 전공 대학생으로부터 얻었다. 박 센터장은 “우연히 그 외국인 대학생이 만든 투명 마스크를 블로그에서 봤다”며 “4월께 직접 메일을 보내고 연락처를 받아 통화한 뒤 투명 마스크 만드는 법을 다시 메일로 받아 살짝 응용해 제작했다”고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마스크 입 주변에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하다 보니 김이 서려 김 서림 방지 코팅을 해야 했고, 천 마스크에 투명 플라스틱을 덧대다 보니 일일이 바느질을 해야 해 손도 많이 찔렸다. 난관을 거쳐 박 센터장은 직원들과 만든 투명 마스크를 청각장애인 가족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투명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 순 없지만, 청각장애인 가족들이 대화가 필요할 때 이 마스크를 쓰면 훨씬 수월하다고 해 뿌듯하다”며 웃었다.

박천호씨가 마스크 탈취 팩을 들고 있다. 박씨 제공
박천호씨가 마스크 탈취 팩을 들고 있다. 박씨 제공

‘마스크 빈민’으로서의 경험은 박씨가 마스크 재활용 아이디어 상품 개발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때 박씨는 마스크 한 개를 20일 동안 썼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마스크 하나를 사무실 창문에 걸어 볕에 말려 쓰고 또 썼다. 박씨는 “지하철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마스크 안 쓰는 게 민폐더라”며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처음 써봤는데 그 때 내 입냄새로 놀랐고, 그 경험에서 구취를 제거해 재활용하는 데 부담 없는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탈취제 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탈취와 제습 기능을 갖춘 탈취제를 넣은 마스크 투명 파우치를 지난 3월부터 시장에 내놨다. 탈취제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에서 유해물질검사 결과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수출 제안이 오는 등 시장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채기한 뒤 혹은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뒤 마스크를 쓴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탈취 문제를 아이디어 상품으로 내놓은 게 주효했다. 박씨는 “코로나19로 고생중인 일본에 계신 분들도 한국 지인을 통해 구매 요청이 온다”며 “어려운 시기,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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