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개학 연기로 1학기 두 달밖에 없어
서울시내 중ㆍ고등학교가 올해 1학기 수행평가 비율을 절반으로 줄인다. 등교 개학 연기로 1학기가 사실상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수행평가까지 하기에는 학생과 교사 모두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도 학생평가 내실화 계획’을 관내 중ㆍ고등학교에 안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번 학기 중2ㆍ3은 당초 수행평가 비율이 40% 이상이었던 것을 20% 이상으로, 고1ㆍ2는 30% 이상을 15% 이상으로 2분의 1 축소하기로 했다. 자유학년제인 중1과 대입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고3은 학교 자율로 수행평가 비율을 정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 수행평가 비율 감축은 올해 1학기에 한해서 시행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과정 중심 평가 기조로) 수행평가 비율을 늘려왔지만 올해 1학기는 코로나로 학사 일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며 “학교의 평가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서울뿐만 아니라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수행평가 비율을 일제히 낮춘다. 경기도교육청은 중ㆍ고등학교 모두 40% 이상이던 수행평가 비율을 1학기에는 자율로 정하라고 권장했다. 단, 지필평가 100%는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인천시교육청도 중ㆍ고등학교 수행평가 비율을 각 4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원격수업 출결ㆍ평가ㆍ기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시도교육청이 이번 1학기 수행평가 성적 반영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수업 시행 중 예년과 같은 수행평가 비율을 유지하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커지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평가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가능한 범위도 교사가 원격수업 때 실시간으로 관찰이 가능한 토론, 발표 등 일부 활동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목 특성을 가리지 않고 수행평가 비율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 최모(35)씨는 “음악은 1학기에 3개 영역으로 구성된 100% 수행평가였는데, 올해는 기악이나 가창 영역 같은 수행평가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수행평가를 30%로 줄이고 지필평가를 70%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행평가가 축소되면 아무래도 내신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지필고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학생들은 원격수업 내용을 충실히 숙지해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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