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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제조업 자국주의… 공장 본국 유턴 ‘리쇼어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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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제조업 자국주의… 공장 본국 유턴 ‘리쇼어링’ 본격화

입력
2020.05.1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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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USTR 대표 “공장 해외 이전 시대 끝나”

선진국 脫중국 움직임 속 기업들 난색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둥펑혼다 공장에서 8일 직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둥펑혼다 공장에서 8일 직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를 지나 각국이 속속 경제재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리쇼어링(reshoringㆍ제조업의 본국 회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이전 자국 기업들을 불러들여 무너진 경제를 일거에 회복시키겠다는, 이른바 ‘연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파워게임에서 경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오프쇼어링(off-shoringㆍ생산기지 해외이전)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지난 20년간 효율성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공장을 옮겼다”면서 “값싼 노동력으로 높은 이윤을 얻는 단기적 성과는 거뒀을지 모르나 그 결과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더해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리쇼어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발(發)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으면서 기업들도 더 이상 오프쇼어링이 효율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과 번영의 길은 미 기업에나 근로자들에게나 같다.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라’는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사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이미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 아래 법인세율을 38%에서 28%로 낮추고, 모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을 최대 20% 보조했다. 기업을 ‘유턴’ 시켜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자석’이 되길 원한다”고 선언한 뒤 더 공격적인 정책을 폈다. 최고 법인세율도 21%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제조업 자국주의 기류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한층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일 애리조나주(州)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이번 팬데믹은 리쇼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중요 의약품과 장비는 미국에서 제조돼야 한다”고 공언했다. 미래 핵심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자급 움직임도 이런 정부 구상과 궤를 같이 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날 “미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텔, 대만 TSMC 등과 미국 내 공장 건립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초점은 ‘탈(脫)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 및 확산 책임을 둘러싸고 중국과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돌아오는 제조업체의 이전 비용을 정부가 100%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도 4일 “미 상무부, 국무부 등이 리쇼어링 지원을 위해 세제ㆍ보조금 혜택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사기 위해 앞다퉈 전세기를 띄웠던 유럽과 일본 정부도 자국 제조기업에 손짓하고 있다.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EU는 무역 의존도를 낮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고, 지난 4년간 40개 기업을 다시 불러들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프쇼어링은 지속 불가능하며 산업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22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중국 내 자국 제조기업의 본국 귀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기업들이 정부 제안을 마냥 반기는 건 아니다. 값싼 노동력과 물류 인프라, 거대 시장 등을 고루 갖춘 중국의 매력은 쉽게 버리기 어려운 선택지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중국 소재 미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당장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커 깁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장은 “백악관의 리쇼어링 요구를 잘 알지만,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일은 여행 가방을 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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