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그룹 내 물류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연내 출범한다. 수출입 물량이 막대한 포스코의 물류 통합법인 설립 계획에 해운업계 등은 사업 영역 침범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포스코는 그룹 내 물류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를 연내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물동량 1억6,000만톤, 물류비 3조원에 달하는 그룹 내 물류 업무가 계열사별, 기능별로 분산돼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8일 물류 자회사 설립 안건을 승인한 바 있다.
포스코GSP는 그룹 전체의 원료 및 제품 수송 계획을 수립하고, 운송 계약 등의 물류서비스를 통합 운영하게 된다. 포스코는 이 회사를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기반의 물류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물류 전문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전자의 삼성전자로지텍 등이 대표적이다. LG그룹도 자회사는 아니지만 범 LG가로 분류되는 판토스에 물류를 맡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물동량이 많은 철강업의 특성상 유럽, 일본, 중국의 글로벌 철강사는 이미 물류 전문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또 물류 파트너사와 함께 스마트화와 친환경 물류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AI와 빅데이터 기술 적용을 통한 비용 절감 성과를 파트너사와 공유하고, 국내 해운ㆍ조선사와 협업해 선박 탈황설비 장착 및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도입, 친환경 운송차량 운영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정경쟁과 동반성장을 위해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운송 직거래 계약을 도입한다.
하지만 해운업계를 비롯한 기존 물류 사업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회 등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해양ㆍ해운ㆍ항만ㆍ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청원서’를 제출했고, 지난 7일엔 포스코에 직접 회사 설립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역시 7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는 그 자체만으로 슈퍼갑의 탄생”이라며 “막대한 수출입 물량으로 최저가 입찰 경쟁을 부추겨 국내 해운업을 쥐락펴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육상운송업에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며 “현재도 저가제한 입찰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파트너사와 상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와 계열사가 따로 담당하던 물류업무를 한데 모아 일상적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치일 뿐, 운송사ㆍ선사ㆍ하역사 등 물류 파트너사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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