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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료진이 방호복 대신 ‘비옷’ 입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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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료진이 방호복 대신 ‘비옷’ 입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입력
2020.05.12 15:30
수정
2020.05.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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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ㆍ방호복 등 전량 수입 의존… 뒤늦게 국산화 추진

4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신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가와사키=로이터 연합뉴스
4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신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가와사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물품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간 마스크, 의료용 가운, 인공호흡기 등을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전 세계를 휩쓴 유례 없는 감염증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의료체제의 취약성이 노출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향후 감염증 확산에 대비해 400여개 업체와 함께 의료물품 국산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필수적인 전신 방호복이나 의료용 가운이 부족해 비옷으로 대체하거나 비닐과 쓰레기봉투 등을 활용해 직접 만들어 입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안면가리개(페이스 실드)도 부족해 문구용 클리어 파일 등을 활용해 만들기도 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용되는 전신방호복은 중국ㆍ베트남ㆍ미국 등에서, 의료용 가운은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에서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용 마스크는 중국산 비중이 80%에 달한다. 마스크 원자재인 부직포와 의료용 거즈도 각각 40%, 6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중증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는 미국과 유럽에서 90% 이상 들여오고 있다. 특허기간이 만료돼 싼 값으로 판매되는 후발의약품용 원약도 절반 정도를 한국ㆍ중국ㆍ이탈리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하고 있는 ‘아비간’의 원료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의료물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등 일부 품목은 국가 간 확보 경쟁이 나타나는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아울러 각국의 세관절차 지연 등으로 현장에서는 의료붕괴 우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한 의약품 수입업체는 “통상 4~5일이면 도착하는 물품이 최근 3주 정도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의약품 원약이나 의료물품 공급이 지연되면 환자가 위험에 처하는 건 물론 의료진들도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의료체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처리한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한 긴급경제대책에 의약품의 국내 생산 지원 제도를 포함시켰다. 코로나19가 수습된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증이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산화를 통한 의료물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산업성과 후생노동성은 의료물품 부족 해소를 위해 생산협력을 신청한 400여개 업체와 기존 의료물품 제조업체의 정보를 취합해 일본의사회와 병원단체 등에 제공할 예정이다.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의료물품의 종류와 수량 정보, 각 기업들이 공급할 수 있는 물품 정보 등을 공유해 의료현장에까지 공급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함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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