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의 전세자금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했다. 폭증하는 전세대출 고삐를 조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에 더욱 집중한다는 취지였지만, 비 아파트 거주자에 대한 차별 논란과 함께 서민 주거용 자금을 틀어막는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백지화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의 전세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지만 돌연 이를 취소했다. 당초 중단 대상은 다세대 빌라, 단독ㆍ다가구 주택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었다. 최근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데다,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취지였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봄철 전세 수요가 맞물리면서 주택 전세자금 대출은 빠른 속도 늘었다. 3월 말 기준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 합계는 86조2,534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2월 말 역시 1월 말과 비교해 2조1,000억원 증가했다.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이상 늘어난 사례는 2016년 이후 한 번도 없던 데다, 한 달에 2조원 늘어난 것도 이례적이다.
대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앞서 선제 대응을 고민한 셈이다. 폭등하는 전세대출로 고심하던 금융권 역시 은행의 결정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불거지며 신한은행은 결국 중단 결정을 뒤집었다. 아파트는 제외한 채 다세대 빌라 등의 대출 문턱만 높이는 것은 빌라와 단독ㆍ다가구 주택에 대한 차별이란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빌라와 단독ㆍ다가구 주택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주거형태인데, 경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취약한 서민 대출상품을 먼저 중단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비등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이 실수요 자금이고 서민 주거용 자금인 점을 고려해 대출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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