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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 기로에 선 ‘위안부 30년 외길’ 윤미향

입력
2020.05.13 09:00
수정
2020.05.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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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28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28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수요집회 기부금 사용처가 불투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정의연 대표를 맡았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기부금 사용처 문제가 불거진 이후 윤 당선자의 자녀 유학비 출처,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여부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윤 당선자는 12일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생각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 울고 웃은 30년 인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07차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지난해 10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윤미향(왼쪽)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당시 상임대표가 이옥선 할머니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07차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지난해 10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윤미향(왼쪽)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당시 상임대표가 이옥선 할머니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윤 당선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연은 길고 두텁습니다. 첫 만남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 당선자는 대학생 시절 신학과에 다니며 한때는 목사를 꿈꿨지만, 교회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성매매 관광산업인 이른바 ‘기생 관광’을 알게 됐다고 해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기생 관광을 왔는데, 당시 여성단체들이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어요. 윤 당선자도 합류해 함께 목소리를 높였어요.

기생 관광 몰아내기 운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그러던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나왔어요. 국내 생존자 가운데 최초 증언이었습니다. 김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윤 당선자는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1992년 정대협 간사 활동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4ㆍ15 총선을 앞두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회견을 보고 정대협을 찾아갔다. 우리 세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배우지 못한 세대였기 때문에 역사를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대협은 활동을 시작하며 국제 연대에 힘을 쏟았어요. 그 결과 199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유엔(UN) 인권소위원회에 정식 보고되면서 유엔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정대협 관계자들과 고 황금주 할머니가 유엔 인권 소위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성과도 있었어요. 또 지난해 워싱턴·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영화 ‘김복동’ 상영회를 열기도 했죠.

윤 당선자는 이 모든 과정에 할머니들과 함께 발 벗고 뛰며 전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려왔어요. 그러다 보니 일본에 갈 때면 몇 시간씩 공항에 억류돼 방문 목적을 두고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해요.

윤 당선자는 특히 정의연에서 30년 동안 수요집회를 이끌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국내ㆍ외에 목소리 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무국장, 사무총장 등을 거쳤고 2008년부터는 상임대표를 맡았어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기 직전 까지도 정의연의 대표를 맡고 있었죠.

 ◇피해자 입장에서 정부와 맞서다 

윤미향 당선자가 지난해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미향 당선자가 지난해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돌연 일본과 위안부와 관련한 합의안을 내놓아 논란이 됐던 일, 기억 하시나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했죠. 할머니들과 정대협은 강하게 반발했어요.

당시 윤 당선자는 정대협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다수의 할머니들이 강한 목소리를 밝혔다”며 “사전에 정부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매번 진전이 없다는 내용만 들었다. 우리 측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점 등이 너무나 일방적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했어요. 당시 외교부가 합의 임박 무렵 정대협 측에 합의 내용을 사전에 설명했다고 밝혔는데, 윤 당선자는 당일에 통보 받았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죠. 그나마도 주요 대목은 합의 발표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이 당시 주장이었어요.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ㆍ치유 재단에 대해서도 윤 당선자는 비판을 이어나갔습니다. 우리 정부는 화해ㆍ치유 재단을 출범해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와 사망자에게 각각 지원 계획을 발표했어요. 그러나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의 공식사과 없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12ㆍ28 합의’를 폐기하라고 줄곧 요구했어요. 결국 2018년이 돼서야 이 재단은 해산됐습니다.

 ◇여러 논란 털 수 있을까 

최근 미래통합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윤 당선자가 사전에 위안부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특히 과거 윤 당선자가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점을 들어 합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한 게 아니냐는 식의 비판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윤 당선자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핵심 발표 내용을 몰랐다는 입장이에요. 이에 일각에서 정부가 불리한 내용은 빼고 설명한 게 아니냐는 반박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윤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외교부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당시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 중 핵심 사안을 피해자 측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2017년 합의 경위를 조사한 외교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는 피해자 및 관련 단체와 접촉을 하긴 했으나, 핵심 내용인 ‘불가역적 해결’ 등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요.

여성, 혹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한길만 걸어온 윤 당선자는 지금 큰 시련과 맞닥뜨려 있습니다. 그것도 비례대표 당선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요. 과연 지금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은 지난 30년 그와 정의연이 일군 결실을 통째 허물어 버릴만한 것들일까요. 윤 당선자와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깊은 인연은 이렇게 틀어지고 마는 걸까요. 그 키를 쥐고 있는 윤 당선자의 행보,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여기서 잠깐 

 동시에 화제가 된 남편은 누구? 

윤 당선자의 남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정대협 활동 초기였던 1993년 지금의 남편 김삼석씨와 만나 결혼했어요. 그러나 결혼 생활도 잠시, 김씨는 동생 김은주씨와 함께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게 됐어요. 그러다 1994년 10월 이른바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고 수감됐고요.

윤 당선자는 수요집회를 진행하면서 남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고 하죠. 김씨는 재심에서 간첩 혐의 등 일부 혐의에서 무죄를 받아. 1억9,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어요. 또 남편 김씨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겨 8,900만원을 받게 됐고요. 이 비용들이 최근 문제가 제기된 딸의 유학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윤 당선자의 주장입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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