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대망’으로 알려진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단 번역해 출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대표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부장 김우정)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동서문화동판과 회사 대표 고모(80)씨에게 원심을 깨고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출판사는 벌금 1,000만원을, 고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동서문화동판의 전신 ‘동서문화사’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부터 17년간 집필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1975년 ‘전역판 대망’을 판매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5~16세기 일본 전국시대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그러나 2005년 고씨가 1975년판을 일부 수정해 다시 출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이 발효되면서 국내 저작권법도 개정됐는데, 이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서 출판하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던 것이다. 앞서 2000년 12월 일본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번역본을 출간한 솔출판사가 “동서문화사 측이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고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고씨 측은 “2005년 판은 1975년 판의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맞춤법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해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1ㆍ2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정식 계약사 사이의 민사사건에서 조정이 성립해 일부가 회복되기도 했다”며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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