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행적인 ‘오프쇼어링’(Off-shoringㆍ생산기지 해외이전)의 시대는 끝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물리치고 경제를 재개한 뒤에 우리는 힘들게 배운 교훈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확실함과 번영의 길은 미국의 기업에게나 근로자들에게나 같다.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라’는 것”(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각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ㆍ생산기지 본국귀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로 불리던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붕괴되자 각국에서도 해외 생산기지, 특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갖는 위험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본격적으로 ‘리쇼어링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팬데믹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제조업계의 미국 복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 성향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기고문에서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존 무역정책 방향을 재조명해왔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과도한 해외생산 라인이 (기업에) 용인할 수 없는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음을 재고해왔다”면서 “지난 두 달 동안의 (코로나19 사태) 경험은 이 같은 반전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동안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과 환경규제 회피, 그리고 미 월스트리트가 부추긴 ‘유행’의 일환으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제조업 생산기지를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뒀다. 값싼 노동력은 더 높은 이윤을 의미했다”면서 “그러나 그 결과 미국은 5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고, 마을을 황폐화시켰고, 가족은 붕괴됐고, 절망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높은 ‘중국 의존도’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 내 경제 정상화를 준비하면서 그들의 사업장이 ‘필수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외국 정부의 결정에 인질처럼 붙들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재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이들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위험성을 자신들이 (과거에) 과소평가했음을 이제는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을 겨냥해 “중요 의약품,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공급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대중들은 향후 몇 년 동안 (의약용품) 생산량을 미국으로 이전해, 전략적 취약성을 시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반사적인 오프쇼어링의 시대는 끝났고, 그와 함께 효율성에 대한 과도한 강조와 잃어버린 일자리에 대한 경시도 함께 끝났다”고 강조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경제ㆍ무역 참모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리쇼어링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지난 달 10일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미국 제조기업들의 이전 비용을 100% 대야 한다”면서 “공장과 장비, 지적 재산권과 재건 등에 대한 경비를 즉시 지원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에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경제 충격과 관련해 “미국이 공급망을 너무 많이 오프쇼어링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공급망이 중국에 대다수 분포해있고, 일부는 인도와 유럽에 있다”면서 “공급망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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