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45세 이하 국민들은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택 근무와 영업 중단, 이동 제한 등으로 해고와 실업이 늘어나자 마련한 고육책인데, 정작 국민들은 줏대 없는 정책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총책임자인 도니 모나르도 국가재난방지청장은 전날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잠재적인 해고 가능성을 줄이고 생계 수단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45세 이하 시민들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일상화로 생존(감염 차단)과 생계(경제 재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4개 주(州) 24개 지역에서 이동 제한, 필수업종 제외한 모든 업종 재택근무 등 ‘대규모 사회제한조치(PSBB)’를 하고 있음에도, 코로나19 환자가 전날 기준 1만4,265명으로 매일 300명 안팎씩 늘고 있다. 사망자는 991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지난달 20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는 208만명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대 52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삶을 꾸려가는 빈곤층이 현재 약 2,500만명에서 6,000만명으로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감염 확산을 막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경제 활동을 틀어막을 수만 없는 난처한 상황인 셈이다.
도니 청장은 ‘45세 이하는 경제 활동이 가능한’ 까닭도 설명했다. 한마디로 45세 이하는 코로나19 취약 계층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니 청장은 “코로나19 사망자의 40%는 고혈압 당뇨 폐질환 등 기저 질환을 가진 46~59세였고 45%는 65세 이상 노년층이었다”라면서 “반면 45세 이하는 사망자의 15%에 불과했고,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아프지 않은 무증상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6~59세 기저 질환자와 65세 이상을 보호하면 국민 85%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들이 집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대신 45세 이하는 바깥에서 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45세 이하가 각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도니 청장은 45세 이하 국민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식을 접한 현지인들은 “PSBB로 바깥 출입도 제한되는데 어떻게 출근하라는 거냐” “무증상이더라도 타인에게 감염돼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 “완화 조치는 시기상조다” 등의 우려를 쏟아냈다. 얼마 전엔 경제 활동의 순차적인 재개를 담은 5단계 전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나섰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