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의 전세자금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폭증하는 전세대출에 고삐를 조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에 더욱 집중한다는 취지지만, 대출 길이 막힌 비(非) 아파트 거주자의 불만도 적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5일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의 전세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한다. 중단 대상은 다세대 빌라, 단독ㆍ다가구 주택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다. 전체 전세자금대출의 16% 정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나 한정된 재원을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에 지원하기 위해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나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주택은 그대로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봄철 전세 수요까지 겹치면서 주택 전세자금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영향이 크다.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로 눈을 돌렸고, 이로 인해 전셋값은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빠르게 늘었다. 3월 말 기준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 합계는 86조2,534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2월 말 역시 1월 말과 비교해 2조1,000억원 증가했다.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이상 늘어난 사례는 2016년 이후 한 번도 없던 데다, 한 달에 2조원 늘어난 것도 이례적이다. 대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앞서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담보 리스크(위험)가 낮은 아파트는 제외하고, 다세대 빌라 등의 대출 문턱만 높이는 것은 빌라와 단독ㆍ다가구 주택에 대한 차별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빌라 거주자는 “은행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전세대출 중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위험도는 낮은 아파트에만 대출 문을 열어두고 시세에 잘 잡히지 않는 비아파트를 막으며 고객을 거주지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전세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중단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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