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의 국경 폐쇄로 기업들이 해외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해외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 공장 가동을 위해 자사 직원들만 탑승하는 전세기를 띄우고 있다.
12일 LG디스플레이의 가족지원콜센터를 통해 전세기를 띄우는 과정과 코로나19를 뚫고 해외로 날아가는 직원들의 심경을 알아봤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가 퍼지던 지난 2월 가족들이 해외 출장자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족지원콜센터를 만들었다.
전세기를 띄우는 기업들은 먼저 항공사의 운항 일정을 확인한다. 항공사들은 어렵게 확보한 하늘길이 닫히지 않도록 실제 비행하지 않아도 운항 일정을 잡아 놓는다. 기업들은 이 가운데 탑승객이 없으면 전세기로 확보하고 출장지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일정을 확정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3월부터 이달 3일까지 네 차례 전세기를 띄워 총 650명을 중국 광저우, 난징과 베트남 하이퐁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으로 실어 날랐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출장을 무조건 보내지 않는다. 우선 지원자를 받고, 지원자가 없으면 내부 추첨을 거치기도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추첨으로 뽑혀도 가지 못하겠다고 하면 억지로 보내지 않는다”며 “출산, 결혼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어도 가족들을 감안해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말했다.
출장 기간은 1개월에서 최장 6개월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3개월 출장이 가장 많다”며 “한 직원이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교체해줘야 해서 수 차례 전세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출장 가는 직원들은 사전에 LG디스플레이의 파주공장 기숙사에서 2,3일 합숙한다. 이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 한해 합숙을 하며 상태를 관찰한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말 기숙사를 찾아 전세기로 베트남 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합숙 검사를 통해 직원들의 현지 격리 기간을 대폭 줄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당국과 협의해 합숙 검사를 거치며 통상 2주인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1주일 이내로 줄였다”고 말했다.
전세기를 타기 전 마지막 절차는 인터뷰다. 회사에서 불안해 하는 직원들이 안심하도록 면담을 진행한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두려움과 책임감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출장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들과 떨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하지만 누군가 가야 하는 상황을 잘 알기에 불안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간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중국 광저우 출장을 다녀온 이 업체 직원은 “가족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가족에게 출장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부심이 생겼다”며 “다녀온 뒤 회사에서 특별한 인재로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가족들도 비슷한 심경이다. 최근 가족지원콜센터는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직원의 아버지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돌봐줘 고맙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직원은 지난 2월 결혼하자마자 베트남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였다. 이후 LG디스플레이에서 띄운 전세기를 타고 지난달 말 귀국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아버지는 안도와 감사를 이메일에 담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중순에 중국과 베트남행 전세기를 또 띄울 계획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해외 공장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6월까지 출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출장 직원들에게 면역력 증강을 위한 홍삼세트, 개인 위생용품 등을 지급하며 격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