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2억7300만원 이월이 2019년에 ‘0원’기록… 수익금에 반영 안 해
정의연 “국세청 시스템 오류”… 국세청은 “이런 오류 없었다” 반박
일본군 위안부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투명한 회계관리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관리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번지고 있다.
11일 정의연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서’에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2019년도 이월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2019년 같은 서류에는 이월 수익금이 제로(0)로 표기돼 있다. 이월 수익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2019년도 회계연도는 8억2,550만원 수입과 8억6,226만원 지출의 차액인 3,875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기록했다.
회계상으로만 보면 2018~2019년도 회계연도 사이에 22억원이 증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연 관계자는 “재무제표 상에는 2018년 이월금액이 2019년에 정상적으로 반영돼 20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해명했다. 단순 회계 오류일 뿐 기부금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2019년 재무제표에는 전년에서 이월된 자산 22억7,300만원에다 과다 지출 3,875만원을 제한 22억3,000여만의 자산이 남아 있었다.
정의연이 회계오류를 “국세청 시스템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원래 회계시스템에 이월금액을 입력하면 수치가 자동으로 이듬해 회계장부에 반영돼야 하는데 국세청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시스템 오류라면 다른 법인에서도 오류가 발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런 오류가 난 곳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회계오류가 반복되면서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을 둘러싼 불투명성이 증폭된다는 점이다. 한국일보가 11일 정의연 전신인 정의기억재단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하자, 정의연은 “실무 편의상 금액 등에 중요성을 두다 보니 나머지 부분(수혜자 규모 등)은 엄밀히 공시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정의연이 적립금으로 쌓아놓은 현금성 순자산이 18억7,000만원에 달하는 점도 논란이다. 정의연의 2019년 재무제표에는 22억여원의 총자산 가운데 현금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순자산 18억7,000만원이 기록돼 있다. 한 공익법인 전문가는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적극 지원해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쌓아만 두고 있는 게 맞는 건지 기부자들이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이 돈은 애초 사용목적이 정해진 돈이라 용도에 맞게 쓰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정대협이 2018년 정의기억재단과 합병해 정의기억연대로 통합 출범한 뒤 두 단체가 여전히 독립기관으로 존속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두 단체는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모금 활동도 따로 했다. 사실상 독립 기관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정대협을 해산시킬 경우 위안부 단체를 공격할 목적으로 정대협 명칭을 악용할 걸 우려해 정대협을 존속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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