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66번 환자와 다른 날짜에 클럽 방문한 환자 여러 명
기존 5곳 이외 다른 클럽서도 확진자… 질본 “감염원 다수”
11일 오후 6시 기준 94명까지 확대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파 경로가 미궁에 빠졌다. 첫 확진자인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29)가 감염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 환자와 다른 날 클럽을 방문한 확진환자들이 나오면서 감염원이 여럿으로 분산되는 형국이다. 그간 확진환자가 나왔던 이태원 5개 클럽 외 다른 이태원 클럽에서도 이날 20대 신규 환자가 발생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20, 30대를 중심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상황에서 클럽이라는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이 기폭제가 돼 슈퍼전파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감염원은 다수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일 클럽을 방문한 용인시 66번 환자가 감염원일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감염원이 흐려졌다. 실제 확진환자들의 클럽 방문 날짜가 1일부터 5일까지 흩어져있다. 또 그간 확진자들의 동선에 있던 ‘킹’ ‘트렁크’ ‘퀸’ ‘소호’ ‘힘’ 등 5개 업소가 아닌 ‘메이드’라는 다른 클럽을 방문했던 20대 남성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66번 환자 등 한두 명이 유행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20, 30대를 중심으로 증상이 거의 없거나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조용한 전파’가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을 계기로 확인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클럽 관련 감염자 86명 가운데 88%가 20대(58명)와 30대(18명)다. 전체 누적 확진환자 1만909명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38%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클럽 관련 확진자 30% 이상이 무증상 감염이라는 점은 젊은 층들로부터의 ‘조용한 전파’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도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환자가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에서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증상이 미약하거나 없는 감염자, 잠복기의 감염자가 황금연휴에 클럽으로 몰렸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발견된 클러스터(감염집단) 규모로 보아서 이미 한달 전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지금 ‘발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대본은 20, 30대 사이의 조용한 전파 가능성과 별개로 이번 전국적 전파는 클럽에서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어느 정도 커뮤니티에서 감염이 소수 있었고 클럽이 문을 닫았다가 연휴기간 다시 문을 여는 과정에서 약간 증폭됐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3~4일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는 점과 확진자들이 주로 2일과 5일 클럽을 집중적으로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2일 클럽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발생했고 이때 감염된 사람이 5일에 클럽을 다시 방문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 30대를 중심으로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젊은 층에 대한 검사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젊은 층이 감염됐을 경우 비교적 쉽게 이겨내지만 이들을 통해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감염이 이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태원 클럽을 찾았다가 양성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과 접촉한 80대 외할머니가 확진되는 2차 감염 사례도 나타났다. 정 본부장은 “군 입대 검사를 통해 지역사회 확산 정도를 보는 감시체계 등 20, 30대를 대상으로 한 대책을 가동할 계획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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