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익명 검사’ 당근과 동시에 ‘초강수’ 행정명령 발동
박원순 시장 “서울 뚫리느냐 마느냐 2,3일이 고비”
숨은 ‘이태원 클러버’를 선별진료소로 끌어내기 위해 서울시가 당근과 채찍을 꺼내 들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경우 즉각 검사 받을 것을 명령하면서 피검사자의 익명성은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 통신사, 카드사 등을 통해 이후 클럽 방문 사실이 확인된 자 중 검사를 받지 않은 클럽 방문자에게는 최대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신분 노출 우려로 (검사를) 망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익명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익명 검사’는 전례가 없었던 방식으로,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가 착착 준비되고 있는 학생들의 등교마저 위협하는 등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신천지 사태 당시에도 신자들이 숨으면서 사태를 키운 바 있다.
이에 따라 방문자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 이름을 적지 않는다. 또 피검사자가 원할 경우 나이, 성별, 직업,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적는 절차도 생략된다. ‘용산01’같은 보건소별 검사 번호만 부여된다. 다만, 검사 결과 통보 등을 위해 전화번호만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태 초기 확진자의 성적 지향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면서 일부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검사 자체를 꺼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는 클럽 방문자에 대한 ‘즉각 검사 이행 명령’이라는 새로운 강제조치도 시행한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을 다녀갔는데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 벌금 2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며 “즉각 검사 이행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조치지만, 감염병 발생 지역에 출입했거나 환자와 접촉해 감염병 감염이 의심될 경우 예방접종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6조에 근거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 클러버들을 찾기 위해 경찰과도 손을 잡는다. 시는 전날 보건복지부와 경찰에 클럽 인근의 통신사 기지국 접속자 명단과 신용카드 사용정보 등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통신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료를 받는 데 통상 2, 3일이 걸린다”며 “그렇게 해서도 연락이 안 되면 경찰과 함께 자택 방문, 추적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이태원 클럽 5곳(킹, 트렁크, 퀸, 소호, HIM)을 찾은 5,517명 중 이날 오전까지 연락이 닿은 사람은 2,405명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3,112명이 고의로 전화를 받지 않거나 연락처를 허위 기재한 것으로 시는 판단하고 있다. 박 시장은 “앞으로 2, 3일이 서울이 뚫리느냐 아니냐 중대 고비”라며 “4월 24일부터 5월 6일 사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거나 인근에 계셨던 분은 빨리 나와 검사를 받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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