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당선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측의 불법 전화 선거운동 의혹(본보 3월 3일자 12면)을 둘러싸고 의문의 사진 두 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 속 등장인물이나 사무집기, 주변 배경 등이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심심찮게 거론되면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서부경찰서도 이 사진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일보가 11일 입수한 문제의 사진엔 양 당선자 선거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던 A씨와 광주서구의회 B의원, 또 다른 여성 4명이 테이블에 마주 앉거나 서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이들이 자리한 테이블 위엔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표로 작성한 A4 크기의 문서들이 놓여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엔 A씨 등이 동시에 휴대폰을 조작하고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사진들은 당내 경선을 앞둔 2월 말 당시 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사진들은 양 당선자 선거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등 수십 여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공유되다가 최근 누군가에 의해 외부로 유출됐다. 양 당선자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나도 얼마 전 양 당선자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로부터 이 사진들을 받아봤는데, 사진 속 테이블이나 의자, 파티션(칸막이), 종이컵 등이 양 당선자 선거캠프에 있던 것과 같더라”며 “이 사진 유출 문제 때문에 선거캠프가 한때 시끄러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이 사진들은 양 예비후보 시절 선거사무소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사진을 건넨 캠프 관계자가 귀띔해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사진 속 장면을 놓고 일각에선 “전화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된 게 아니겠느냐”는 뒷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사진 속 등장인물 중엔 지난 3월 말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당내 경선과 관련해 전화를 이용한 불법경선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한 양 당선자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3명이 포함돼 있다. 당시 양 예비후보 측은 “피고발인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자발적 지지자들로 선거캠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B의원도 “사진 속 장면들이 전화방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사진을 찍었겠냐”며 “이 사진 속 장면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의미 없는 사진이니 (이 사진들에 대해선)잊어버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최근 B의원과 사진 속 여성 1명의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이들의 휴대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B의원 등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경찰이 이 사진만으로 섣불리 이들이 불법 전화 선거운동에 동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통상적인 수사 절차상 B의원 등의 휴대폰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에 따라 이번 수사가 ‘단발’에 그칠지, 아니면 양 당선자 측의 조직적인 전화 홍보팀 운영 의혹으로 확대될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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