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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단독ㆍ다가구 월세, 거래량 줄었는데 가격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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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단독ㆍ다가구 월세, 거래량 줄었는데 가격은 올랐다

입력
2020.05.12 1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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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3월 20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원룸가가 학생이 없어 인적이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 강의 등으로 수업을 대체해 많은 학생이 상경하지 않았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3월 20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원룸가가 학생이 없어 인적이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 강의 등으로 수업을 대체해 많은 학생이 상경하지 않았다. 정준희 인턴기자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지로 꼽히는 서울의 단독ㆍ다가구 주택의 월세가격이 올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정비사업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줄고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저렴한 월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져 대학가 등의 월세 수요가 되살아날 경우 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2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최근 5년간 서울 단독ㆍ다가구주택의 거래 등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월셋방 거래량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거래가 어려워진 여파로 올해의 경우 전년 월평균 6,118건 대비 6.26% 줄어든 5,736건(1~4월 기준)을 기록했다. 자치구별 거래량은 관악구(5.0%)와 동대문구(10.7%), 성북구(3.9%)에서만 2019년에 비해 증가했고, 나머지 22개구에서는 거래량이 일제히 줄어들었다.

다만 거래가 줄고 있는 데도 가격은 되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단독ㆍ다가구주택의 평균 환산 월세가격은 55만7,500원으로 전년 대비 1.54% 상승했다. 2017년 54만5,900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공급 감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서울 내에 신축 단독ㆍ다가구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데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대체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던 노후주택의 멸실이 월세 상승의 이유 중 하나”라며 “싼 집을 찾아 더 작은 주택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요로 인해 서울 단독 및 다가구주택 거래량 감소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좀 더 저렴한 지역을 찾아 이동하는 수요가 커진 것도 가격 상승에 한 몫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래가 늘어난 관악구와 동대문구, 성북구는 대학 및 고시촌이 밀집해 있어 월세 가격이 서울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곳들이다. 동대문구 평균 월세는 53만5,100원이며, 성북구와 관악구도 각각 54만3,000원과 53만3,100원을 기록했다.

이 지역들은 최근에도 월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동대문구 원룸 월세는 지난달 44만원으로 전월 대비 1만원 올랐다.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인근 대학가 원룸도 같은 기간 1만원 상승해 38만원이었고, 성북구는 44만원으로 보합을 기록했다. 반면 고가 월세가 형성된 강남구(61만원)와 송파구(53만원) 등은 같은 기간 3, 4% 하락했다.

작은 면적일수록 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대목이다. 전체 면적대별 거래량을 보면 계약면적(공급면적과 기타공용면적의 합) 20㎡ 이하 초소형 주택은 7.9% 증가한 반면 30㎡ 초과 주택들은 모두 전년 대비 10%를 넘어서는 감소율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저가 월셋방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ㆍ교통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이 일용직 노동자 혹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1인가구”라며 “경기침체로 실업 혹은 소득감소는 당분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취약계층은 가구소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을 줄이려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강의 중단으로 수요가 줄어든 대학생들의 입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한양대와 홍익대 인근 전용면적 33㎡ 이하인 원룸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전월 대비 4% 하락해 각각 44만원과 49만원을 기록했고, 건국대(47만원)와 경희대(41만원), 서울교대(50만원) 등이 같은 기간 모두 2%씩 떨어졌다.

스테이션3 다방 데이터 분석센터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울의 원룸 및 투ㆍ스리룸 시장은 하락세가 지배적이었다”며 “이달부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구축 주택 위주로 월세 거래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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