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들이 내년부터 중형급 이상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면서 대중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신형 전기차 대부분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 이상으로 개발돼, 고객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번째 양산 전기차 ‘NE EV(가칭)’를 출시한다. 울산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꾸고, 내년에만 7만7,000대 양산을 목표로 한다.
NE EV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등 기존 내연기관 공용 플랫폼으로 개발됐던 현대차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E-GMP는 차체 하부를 평평하게 설계하고, 고전압 배터리 팩, 전기모터 등을 설치해 기존 공용 플랫폼 전기차보다 넓은 실내를 제공한다. 또 배터리, 전기모터 등 부품 탈·부착이 용이해 수리, 파생 모델 개발 등에 유리하다.
NE EV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때 공개한 콘셉트카 ‘45’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중형 크로스오버차(CUV) 형태지만, 실내 공간은 준대형차 이상의 크기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개발한 전용 배터리는 최대 73㎾h 용량으로, 450㎞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자동차도 내년 E-GMP를 적용한 새로운 전기차 ‘이매진EV(프로젝트명 CV)’를 출시한다. 이매진EV는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 디자인을 바탕으로, 쿠페형 CUV로 제작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가 개발한 ‘사용자 경험(UX)’이 적용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500㎞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내년 첫 번째 전기차 ‘eG80(가칭)’을 출시할 계획이다. eG80은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업체 ‘리막’의 기술이 적용돼 테슬라 ‘모델S’, 포르쉐 ‘타이칸’ 등과 경쟁을 목표로 한다. 앞서 현대ㆍ기아차는 리막에 8,000만유로(약 1,000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국산차 중 유일하게 친환경차가 없는 쌍용자동차도 내년 초 첫 전기차 ‘코란도 e-모션(가칭)’을 내놓는다. 코란도 e-모션은 LG화학의 61.5㎾h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다. 최대출력 188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로 최대 420㎞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커넥티드 기능도 도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급 이상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독점한 채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일부 판매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산 중형 전기차가 출시되면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주행거리도 400㎞ 이상이라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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