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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팔 참사’ 피해자들 코로나19로 대거 사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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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팔 참사’ 피해자들 코로나19로 대거 사망한 이유는

입력
2020.05.12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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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명 중 17명… 충분한 치료 안돼 감염병에 쉽게 노출 

 LG폴리머스 사고 피해자들도 코로나에 취약할 우려 

8일 인도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 공장 가스 누출사고 현장 인근에서 한 경찰관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비사카파트남=AP 뉴시스
8일 인도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 공장 가스 누출사고 현장 인근에서 한 경찰관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비사카파트남=AP 뉴시스

‘89%.’

36년 전 인도 최악의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보팔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희생자 중 참사 피해자의 비율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보팔 참사의 판박이인 이번 LG화학 공장 가스누출 사고 역시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더 큰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매체 비즈니스스탠더드는 9일(현지시간) 보팔 참사 생존자단체인 ‘보팔의 정의를 위한 국제운동(ICJB)’을 인용해 “지금까지 마디아프라데시주(州)에서 나온 코로나19 사망자 19명 가운데 17명이 보팔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보팔 참사는 1984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의 미국 살충제 공장에서 일어난 가스 누출 사고로 인명 피해만 3,800명에 달했다. 7일 발생한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소재 LG폴리머스 노출 사고도 외국기업 사업장에서 가스 누출로 주민들의 건강을 해쳤다는 점에서 ‘제2의 보팔’로 불린다.

보팔 피해자의 무더기 사망은 이번 사고 부상자들도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취약할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LG 공장에서 유출된 스티렌모노머는 발암성 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심하면 청각 손실이나 말초신경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호주 뉴캐슬대에서 환경오염평가를 연구하는 타바 파라니사미 교수는 “스티렌모노머가 산소와 결합하면 화학반응이 빠르게 진행되고 결국 인체를 손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보팔 참사 관련 단체들은 앞서 3월 인도 보건ㆍ가족복지부와 연방대법원 등에 “가스 사고 생존자가 일반인보다 코로나19에 5배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담긴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인도 정부가 일부 산업시설 가동 등 경제활동 재개를 독려하면서 면역체계가 약한 이들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에서는 3월 25일부터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지만 경제난으로 지난달부터 확진 환자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 활동이 다시 시작됐다. LG폴리머스도 43일간 공장을 폐쇄했다가 이달 4일부터 정상 운영을 준비하던 중 사고를 냈다.

전문가들은 보팔 사례에서 보듯 사고 피해자들을 감염병 공포에서 해방시키려면 적절한 보상과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고 경고한다. 보팔 참사 5년 후 살충제를 생산한 미 유니언카바이드 본사는 인도 정부에 4억7,000만달러(약 5,734억원)를 지급하는 대신, 모든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제받았다. 전체 보상액만 보면 많은 것 같지만 사망자들이 받은 배상금은 일인당 10만루피(약 162만원)에 불과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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