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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종족주의’ 주장 고수하는 이영훈… 학계는 “학술 이름 빌린 정치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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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종족주의’ 주장 고수하는 이영훈… 학계는 “학술 이름 빌린 정치 선동”

입력
2020.05.11 2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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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발간 기자회견에서 대표저자인 이영훈(오른쪽 세번째) 이승만 학당 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발간 기자회견에서 대표저자인 이영훈(오른쪽 세번째) 이승만 학당 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발간 이후 ‘역사 부정’ 논란에 불을 지폈던 ‘반일종족주의’의 후속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미래사)이 출간됐다.

11일 공개 기자회견까지 연 이영훈(69) 이승만학당 교장 등 공동 저자들은 “‘반일종족주의’에 쏟아진 많은 분노와 매도, 저주의 공격을 학문적으로 반박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한걸음 더 나가 동북아역사재단 등 연구단체에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하지만 학계는 싸늘한 반응이다.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역시 지난해 ‘반일종족주의’처럼 △맥락을 살피지 않은 통계 해석 △자의적으로 선택한 일부의 증언에 의존한 ‘끼워맞추기’식 서술이긴 매한가지라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반일종족주의’ 출간 이후 쏟아져 나온 여러 반박에 응답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만 강변하며 정치적 선동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 논쟁의 기본 자세가 안 돼 있다는 지적들이다.

 ◇대표 저자 이영훈 “위안부 운동, 신성불가침 권력”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이영훈 사단’이 총출동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영훈 교장을 비롯, 김낙년 동국대 교수, 정안기 전 서울대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 박상후 전 MBC 국제부장, 주익종 이승만학당 상근이사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공동저자인 차명수 영남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보이지 않았다.

공동저자들은 이번 책을 “‘반일종족주의’의 심화버전”이라 했다. 자신들이 받은 비판에 대한 재반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간 여러 차례 반복해왔던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설은 근거가 없다’ ‘대법원 소송을 제기한 전시동원 노무자는 끌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응한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한국 근대화의 출발이었다’ 같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기자회견장에선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의 정의기억연대 문제를 거론했다. 이영훈 교장은 “지난 30년 간 위안부 운동만큼 한국인들의 정치의식과 국제 감각을 크게 부정한 것이 없다”며 “(정의연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서 군림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수요집회’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저 역시 이 책에서 (수요집회가) 국제적인 예의와 염치를 잃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할머니의 미래 지향적인 얘기에 공감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수 할머니 논란을 계기로 위안부의 실체,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한 평화여성운동까지 부정하려는 듯한 발언이었다.

 ◇학계 “학술 빙자한 정치적 선동” 

학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도된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자료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가령 위안부가 강제동원된 게 아니었다는 증거로, 이영훈 교장 등은 당시 약취와 유괴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조선총독부의 통계 자료를 들이민다.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통계의 생산 맥락,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이해 없이 단편적 자료를 위안부 문제로 딱 집어 연결하는 것은 일면적 해석”이라며 “자료의 선별, 왜곡, 의도적 오용 등으로 얼룩진 이번 책 또한 학술 저작을 가장한 정치 선동”이라 비판했다.

강제동원 문제를 연구해온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연구위원도 “대법원 판결이 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대해 ‘미불금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당시 일제의 공탁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분석”이라 지적했다. 당시 개인의 공탁금액은 회사가 임의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어서 한쪽 주장만 가지고 단정짓는 건 그 시대 연구의 기본을 모르는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들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신문기고나 인터뷰 기사가 대부분”이라며 “지금까지 축적된 강제동원 관련 논문이라도 좀 읽어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학계는 어이가 없다면서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이들 주장을 증폭하는 이들이 있어서다. 정혜경 연구위원은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는 다음달부터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무료 강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도 공식입장을 준비 중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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